▲ 충무공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김법혜 회장

[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부녀자 고((姑), 쉴 식(息), 갈 지(之), 셈할 계(計). 고식지계(姑息之計)란 고사성어가 있다. 당장의 편한 것만 찾는 일시적 계책을 말한다. 부녀자나 어린아이가 꾸미는 계책 또는 잠시 모면하는 일시적인 잔꾀(?)라는 뜻으로,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이나 당장에 편안한 것을 취하는 방법을 말한다.

낡은 인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눈앞의 편안함만을 추구한다는 인순고식(因循姑息)과 비슷한 의미다. 우리 속담의 '언발에 오줌누기,' '눈가리고 아웅하기'와 뜻이 비슷하다. 시자에 "은나라 주왕은 노련한 사람의 말을 버리고 부녀자나 아이의 말만 사용하였다"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눈앞의 손익만 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모든 일을 처리할 때는 뒷마무리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나 일이 까다롭거나 남이 보지 않는다고 대충대충 넘기려는 경우가 많다. 한 때의 편안함을 얻기 위해 임시로 둘러맞추거나 이리저리 돌리다가 임시로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는 큰 탈이 나기 쉽다.

속담에 동족방뇨 했다간 언 발이 더욱 동상까지 걸리고, 하석상대 했다간 주춧돌이 빠져 집이 무너질 판이다. 점잖은 말로 미봉이나 인순고식, 목전지계를 사용해도 뜻은 그대로다. 시어미 姑(고)는 여자를 통칭하기도 하고, 숨쉴 息(식)은 어린 자녀를 가리키기도 한다.

가는 길이 멀어도 차근차근 정도를 밟아 나가야 튼튼히 마무리할 수 있다.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실적에 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보여주기식 업무를 처리하려다 일도 안 되고 신망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안전하고 항구적인 대책이 아니라 눈앞의 어려움만 피할 요량으로 급하게 만든 임시변통이라는 의미다. 고식의 계를 전하는 고전은 '예기'(禮記)와 '시자'(尸子)가 있다. 예기 단궁편(檀弓篇)에서 증자(曾子)는 "소인은 사랑을 고식으로 하고 군자는 덕으로 한다"고 했다.

'고식'은 그저 현재의 달콤함을 말한다. 소인의 사랑은 꿀처럼 달콤한 것 같지만 깊이가 없어 오래가지 못하고 '덕'을 바탕으로 하는 군자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 무덤덤해 보이지만 깊은 신뢰와 애정이 어려 있어 오래가고 변치 않는다.

'시자'에는 은(殷)나라 주왕의 일화가 전한다. 주왕은 경륜이 있는 신하들의 말은 듣지 않고 알랑거리는 아녀자의 말만 듣다가 망국군주가 됐다. 주왕은 초기 국력 신장에 매진해 강성한 나라를 만들었으나 점차 간신과 측근들의 '고식'의 꼬임으로 안일과 방탕에 빠졌다.

주(周) 무왕(武王)에게 패해 자살하고 은은 멸망했다.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항구적 계책을 세우지 못하면 화를 면치 못한다는 경계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을 서두르고 있다. 5월 9일 정권 이양 전에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며 쫓기듯 밀어 붙이고 있다.

70여년 국가수사체계를 바꾸는 일을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후딱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로부터 박탈한 수사권을 어디에 둘지 대안도 마련하지 않았다. 오로지 검찰의 수사권 박탈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니 토론회니, 여론조사 조사조차 하는 것을 모두 생략해 버렸다. 정권 편이라는 민변과 참여연대도 언론의 반대에는 깜깜이다. 문재인 정권의 각종 권력형 비리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수사등을 막으려는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 검수완박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검수완박 행태야말로 고식지계가 아니고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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