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시대상은 언어에 반영된다. 국립 국어원이 펴낸 "신조어사전"에는 연간 혹은 수 년간 만들어진 신조어가 수 천개 수록돼있다. 그 사전을 읽어보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신조어가 허다하다.

작년말, '주폭(酒暴)'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전에도 그런 행위가 있었지만, 최근 너무 그런 행위가 빈발하자, 경각심과 처벌을 강화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기억하기 용이한 신조어를 만든 듯하다. '주폭'의 서술표현방식의 원조는 '조폭(組暴)'이다.'언폭' '안폭'은 이 시대에 경계 근절해야할 폭력행위로 '폭'자를 사용하여 신조어로 표현해본 것이다.

첫째, '조폭'은 이기적이며 사회악이기 때문에 엄단해야한다. 그러나 공익과 국익을 저해하는 폭력을 척결하기 위해 정당방위로 폭력을 사용하면, '선폭(善暴)'이라고 배려할 수 있다. 의거(義擧) 선행(善行) 입공(立功)이라고 선처도 가능하다.

둘째, '주폭'은 주도와 음주지락(飮酒之樂)을 모르는 사람의 소행이다. 술은 맘먹기에 따라 기분을 변환해주는 명약이다. 공자(孔子)는 '유주무량(唯酒無量), 불급난(不及亂)'했다. '오직 술을 한량없이 마실 수 있으나 난잡한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는 뜻이다.술 한 잔에 사랑과 우정을 타 마시며, 자신의 미래 고향의 미래 동문의 미래 한국의 미래 세계의 미래를 타마시자. 문학평론과 예술평론을 하며 우아하고 운치있게 마시자. 그러면 자타가 행복해지며 자신은 지성인이 된다.

셋째, '언폭(言暴)'은'언어폭력'을 줄인 말이다. 인터넷에 보면 특정인에게 불특정 다수가 언어로서 인신공격을 하거나 근거없는 소문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 청주시내에 자리잡고 있는 '병영공원(중앙공원)'을 찾는 일부 내방객들 중에는, 여성들이 지나가면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여성의 성기를 나타나는 용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하여 '언폭'을 하는 사람이 있다. 즉 '○○ 지나가네'등이다. 지나가는 청소년들과 노인분들이 듣기 민망하여 걸음을 재촉한다. 우리 선인들은 생식기와 관련된 말을 직접 쓰지 않았다. 불가피하게 사용할 경우'속이아(俗而雅)' 즉저속한 것을 우아하게, 비유와 상징으로 표현했다. '옥문' '홍합' '옥경' '주장군' '운우지정(雲雨之情)'등이다. 바로 옆에 있는 청주문화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유어예(遊於藝)'로 개선하면 자타 공영이다. '예술을 즐기며 노닐다'라는 뜻이다.

넷째, '안폭(眼暴)'은 눈으로 자행하는 폭력이다. 지나가는 여성을 보면, 동영상을 촬영하듯이그 여인의 나상을 상상 투시해보면서, 그 여인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로 그 여성의 몸에 대해 음란한 말을 한다. 여성은 불쾌감과 분노심이 충천하지만 신변의 안전을 생각해서 못 들은 체한다. 자기의 가족을 생각하여 '역지사지'하라.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혼자 상상하고 즐길 수도 있다. 그것이 표면적으로나마 '안폭'을 하지 않는 방법이다. 차라리 '외설'을 '예술'로 승화하는 예술가가 되자.

언어는 무형의 자산이다.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우아하고 고상한 말로 자신의 품위와 체통을 향상시키자. 품위와 체통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면 자연 우아하고 고상한 말이 나온다. '말 한마디로 시대상을 바꾸라.' '말 한마디에 시대상을 담아라.' '고아지언(高雅之言)' '만세지전(萬歲之傳)'이다.



/이상주 중원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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