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무공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김법혜 회장
▲ 충무공김시민장군 기념사업회 김법혜 회장

[충청산책] 김법혜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고사성어에 낙화유수(落花流水)란 말이 있다. 떨어질 락(落), 꽃 화(花), 흐를 류(流), 물 수(水). 한문 글자를 그대로 해석하면 '떨어지는 꽃과 흐르는 물'이란 뜻이다. 어느덧 왔다싶던 봄은 봄꽃을 만개시키더니 이젠 쭈글쭈글하게 시든 꽃잎이 뚝뚝 떨어졌다.

떨어진 꽃잎은 물에 실려 유유히 떠내려간다. 한편의 수묵담채가 그려진다. 봄 풍경이다. 지나는 봄을 아쉬워하는 요즘이다. 화사하게 핀 꽃은 언젠가는 진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처럼 꽃은 영원 할 수 없다.

한 때의 영화는 쇠락할 수밖에 없다. 낙화유수는 그런 애상을 가진 말이다. 힘을 자랑하나 오래가지 못한다는 의미로 권력자를 경계할 때도 쓰인다. 물 위에 내려 앉아 떠나가는 꽃잎의 이미지는 유유낙낙하므로 남녀 간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자주 인용된다.

물은 형태만 달리할 뿐 항구성을 지녔으므로 변치 않는 애정에 비유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모하는 정은 끊기지 않음을 물로 묘사하기도 한다. 낙화유수는 당나라 시인 고변의 시 '방은자불우'(은자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했네)에서 유래됐다.

"꽃이 떨어지고 물이 흐르니 세상이 넓음을 알고/ 술에 반쯤 취해 한가하게 시 읊으며 홀로 왔다네/ 안타깝게도 선옹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데/ 뜰에는 붉은 살구꽃과 푸른 복숭아꽃만 활짝 피어 가득하구나/"

유구한 자연 속에 화자는 인간이 새삼 고적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번 대통령의 떠나는 권력과 새로 들어서는 권력간 건건이 대립하는 모습을 볼 때 국민들은 실망했다. 꽃이 열흘 가기 어렵고 사람은 1000일을 좋을 수 없다는 '권불십년 인무천일호'라는 말이 생각이 날 정도다.

물러나는 정권은 새로 들어서는 정권에 곱게 길을 내어주는 것이 세상의 섭리였다. 대통령의 업적은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 빛은 후임 대통령이 계승 발전시키고, 그림자는 국정 운영의 반면교사로 삼으면 그만이다.

​ 정권 교체기에 자신이 주도한 정책을 차기 정권이 부정한다고 과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의욕적으로 출범하는 차기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격려하는 의연함을 보이는 것이 결국 떠나는 대통령을 위한 길이다.

​ 그럴수록 지지하는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겨야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물러나는 대통령 자신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국민 통합의 가장 기본적 전제 조건이 아닌가?

​ 새 대통령에 취임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실체를 부정하지 말고, 국정 인계에 협력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다. 문 대통령이 언론과의 대담에서 윤 당선인이 구상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 부정적 발언을 쏟아낸 것은 차기 대통령을 자신과 동등한 대통령으로 인정하기를 애써 거부한 것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한 것이 현 정부였는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5월 하순으로 해제를 검토해 달라는 입장을 무시하고 ‘실외 마스크 벗기’를 전격 결정한 점도 안타깝다.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에 충실했다면 K방역 평가에 목을 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어떤 이념을 지닌 누구로 바뀌든, 대한민국 정부는 연속성을 갖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국민은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출발하는 새 정부가 의도한 정책을 마음껏 펼 수 있도록 자신의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 줬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지지자들을 부추겨 윤 대통령 당선인을 흠집 내고 새 정부의 출발을 방해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눈에 비춰서는 안 될 일이다.

문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아가며 사저로 떠나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런 분위기라면 떠나는 권력자였던 그를 바라보며 노후를 보내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화무십일홍','낙화유수'란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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