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지인과 즐거운 만남을 위해 5월의 햇살에 어울리는 옷을 고르려 옷장을 열었다. 예전에 입었던 옷은 맞지 않았고, 몸에 맞는 옷은 내 마음에 흡족하지 않았다. 식사량이 늘어난 건 아닌데 계속 살이 찌는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한 끼만 안 먹어도 2kg이 줄어 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몸이 변한 걸까? 주변에서 건강을 걱정하며 체중 조절을 얘기해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내 마음을 때리는 불편함이 언짢았다. 최대한 내 마음과 현실을 조율하는 원피스를 입고, 평소에는 안 하던 화장도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반가운 지인을 만나 회포를 풀다 보니 나도 맑고 화창한 공기를 닮아갔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으려 옷장을 여니, 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옷이 보였다. 패셔너블한 디자인의 지금보다 작은 사이즈 옷은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옷장 밖을 나올 일이 없었다. 지나간 나의 시간처럼 존재는 하되 할 일은 없다. 기본 디자인의 내 커진 몸에 맞춰진 옷은 단조롭게 줄을 지어 힘없이 옷걸이에 걸려 있었다. 현재의 나처럼 매일 매일 역할을 하고 있긴 한데 아쉽다.

편한 옷으로 바꾸어 입고 커피를 진하게 타서 한 모금 마시며 돌아보니, 단순히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라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혈압 등 수치들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 떠올랐다. “바로 잡아야 한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었다. 중년의 건강에 대해 찾아보니, 나이가 들어서 건강관리는 젊었을 때와 달라야 하며 과체중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여성의 경우 중년부터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며 이것이 특히 복부지방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에스트로겐은 몸 안의 지방이 가슴과 엉덩이에 집중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임신과 출산을 준비하는 과정이며,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원래 다른 곳에 있던 지방까지도 복부와 내장으로 옮겨지고, 새로 쌓이는 지방도 복부 쪽에 옮겨진다. 게다가 이 호르몬은 운동할 때 지방을 태우는 것도 도와주니, 같은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어도 중년여성이 건강관리 하는 것이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 새로토닌 분비도 줄어들고 이에 따라 우울감이 더 생길 수 있다. 우울감이 증가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고당 성분의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해소되니 악순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중년의 건강관리 특히 과체중은 자신의 바뀐 몸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이고 내 마음을 위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년은 소위 말하는 나잇값을 해야 하고 가정과 사회에서 자신의 필요보다 책임이 더 강조되다 보니 스트레스와 우울감이 증가한다. 인지행동 전문가 캐런R. 쾌닝에 의하면 건강에 이상이 와서 체중 관리가 필요한 여성들이 조절에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 착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내 욕구보다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나를 돌보는 것을 하지 못할 때 힘든 마음은 몸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년여성이 건강한 체중 조절을 하고 싶다면 엄격한 운동계획과 식이요법이 보다 내 필요를 채우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한 마음을 만드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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