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충청북도물리치료사협회 사업부회장

누구나 그랬듯이 나 역시 유년시절의 5월의 들뜨는 마음은 어린이날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삼남매의 부모가 된 우리 부부도 그때의 동심을 알기에 5월에 첫날을 맞이하며, 어린이 날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해서 나름의 고민에 빠져 며칠동안 많은 대화를 함께 하였다. 그러나 대화를 거듭하며, 인산인해를 이룰 것이 뻔한 놀이공원도 이런저런 살림살이를 챙겨서 떠날 캠핑도 어린이날에 적합한 방도가 아님을 직감한 우리부부는 그 해답을 찾는 것을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하였다.

“어린이날 우리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라는 질문에 첫째, 둘째 딸의 공통된 답은 “이번 어린이날은 친구들이랑 같이 놀기로 했어요” 였다.

그간 어린이날은 항상 가족들과 함께 보냈었기에 이번에는 막내아들만 챙기면 될 것 같아 조금은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는 친구가 1번이 되어가는가?’ 라는 생각에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서운함은 ‘이렇게 점점 나에게서 멀어지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허나, 나 스스로도 ‘알 만한 사람이 자신에게 닥친 상황 속 예상 밖의 인지 부조화로 인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꼴이라니 참으로 우습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는 속담이 떠오르는 건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학기마다 강단에서 물리치료 교과 외에도 재활심리학, 장애아동의 이해 등, 학생들을 상대로 아동발달 및 심리학과 연관된 강의도 하는 내가 ‘어찌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것인지...’

프로이트와 함께 정신분석학의 이론에서 잘 알려진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에릭슨(Erik Homburger Erikson)이다. 그는 자아심리학을 연구하였는데, 대표적 이론이 바로 심리·사회적 성격 발달이론이다. 그가 주장한 이 이론은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전생애를 통해 계속적인 발달이 이루어지고, 연령에 따라 일생을 8단계로 나누어 심리사회성 발달을 정립한 것이다.

다시 말해, 내적인 본능적 욕구와 외적인 사회문화적 요구간의 상호작용으로 전 생애에 걸쳐 심리 사회성이 발달하며, 각 단계마다 극복해야 하는 위기와 성취해야 할 발달 과업이 존재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그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됨을 이야기 하였다. 만약 긍정적으로 해결이 되었다면 건강한 자아의 발달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된 경우에는 자아발달에 손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두 딸들에게 적용하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초등학교 4,5학년인 두 딸의 연령대라면 근면성과 열등감이 공존하는 발달 4단계에 속한다. 자아 성장의 결정적인 시기로 학교생활을 통해 지적능력, 사회규범, 사회·행동 양식을 익혀 사회생활의 기초를 형성하는 시기로 만 6세~12세가 여기에 속한다. 앞서 말한 근면성은 학교생활의 적응과 원만한 교우관계, 학업이 만족스러울 때 발달하게 되고 반대로, 학교생활의 부적응, 과제나 일에 대한 성취감 부족,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지 못할 때 열등감이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이론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시간 만큼이나 친한 또래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함께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며, 꼭 필요한 것일 것이다. 비록 나 혼자 만든 상념에 갇혀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결론 났지만 이번의 경험을 통해 혹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모든 아빠·엄마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고 또 묻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잘 크고 있는 거 맞죠? 아니 우리가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 거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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