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을 책임질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들의 정치적 신념이 양분돼 있는 우리 사회의 특성상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역시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사회 통합과 동시에 발전을 도모해나가기 위한 꿈과 비전의 제시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국론분열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나라가 새롭게 도약하고, 모두가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분명히 국민 모두의 희망일 것이다.

국가의 비전은 그 사회에 속한 모든 개인이나 조직에게 행동과 운영의 지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국가나 정파의 비전이 제 역할을 하여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것은 오히려 특정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 반대편에 있는 대중들을 더 좌절하게 만들고 사회적 자원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더 가진 자들의 편의를 위해 기능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법은 공정하지 못하다. 코로나 19와 같은 환란 속에서 서민들은 소득원을 잃은 채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부자들은 더 큰 부자가 되었다. 그러니 다수 국민들로부터 칭송을 받는 지도자나 정치인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좋은 뜻으로 만든 비전이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는 이유는 첫째, 비전의 설정을 당장의 문제해결을 위한 1회성 행사로 여기기 때문이다. 장기 조망으로 그 의미와 용도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결정하기보다는 인기영합을 위한 미사여구만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비전이 본래 의도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늘 살아서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즉, 비전과 맞지 않는 제도를 고치거나 비전 추진단도 구성하여 수행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둘째, 비전이 구성원 모두의 공통적 목표와 욕구에 기반을 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공하지 못하는 비전은 권력자들이나 일부 계층의 주관적 생각이나 욕구에 기반하여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전체 구성원들의 꿈과는 괴리가 생긴다. 진정한 비전은 구성원 각자의 꿈의 합이어야 한다. 따라서 전쟁과 같은 위기적 상항이 아니라면 구성원들의 참여 없는 하향식 비전 설정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셋째, 비전이 추구하는 정신이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승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전은 조직이나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 대중들이 그것을 진정 바람직한 것으로 동의하고 정신체계 속에 내재화해야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비전은 대개 정파적 이념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지도자들이 그것을 진정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도구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출범한 정부가 제시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는 문장으로만 보면 너무 좋은 비전이다. 정부의 성공은 애써 만든 비전이 위정자들에 의해 내실 있게 실천되고 있다고 대다수 국민들이 인정할 때 가능하다. 새로운 정부가 내세운 비전이 말 그대로 실행이 되고, 정말로 국민들이 함께 잘 사는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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