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북한이 심상치 않다. 북한이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처음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국가 최중대 비상사건'으로 규정하고 비상 방역 체계를 선포했다. 지난 2년간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하다가 갑자기 확진 사실을 공개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대 비상 방역체계를 선포하고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면서 코로나 상황을 자세히 알리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겪는 전염병 고통과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쳐 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한은 그동안 세계보건기구(WHO)나 한국 등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 제안을 번번이 거절해 왔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백신 접종은 전무한 상태일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국경을 차단하고 주민과 물자의 이동을 막는 조치로 바이러스 전파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북한은 의약품과 의료시설이 부족하므로 코로나19 사태에 극히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뒤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 올해 들어서만 16번째 무력 도발이다. 핵실험 재개 징후도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비상방역체계 전환 속에 무력 도발 규탄과 인도적 지원 방침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으로 의료 지원의 문을 열어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유열자(발열자)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히고 있다.

환자 발생이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사망자도 급증하는 처지이다. 북한 주민들은 허약한 영양 상태와 부실한 의료 인프라 등을 고려하면 상황이 향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코로나19 방역 및 환자치료 지원을 공식 제의하고 있으나 대답이 없다.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제안에 호응하고 중단된 남북 대화의 출발점이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정부는 평화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대북 의료 지원을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 지원 등 가능한 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은 위기에 처한 북한을 지원하는 일은 인도적 차원에서는 물론 같은 민족으로서 당연하고 또 바람직한 일이다. 북한은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응해야 한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직시하고 남쪽의 지원 의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하루빨리 협의에 나서길 바란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응을 우선으로 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한다면 남북·북미 관계 개선과 협력의 공간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갈림길에 서 있다. 외부 지원을 계속 거부하면서 봉쇄만을 고집하면 북한 주민은 ‘굶어 죽거나 아파 죽거나’ 하는 최악의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체제 붕괴를 원치 않는다면 당장 경험적으로 확인된 백신 접종과 치료제 등을 최대한 활용한 위드(with) 코로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은 이념을 떠나 동포의 생명과 안전, 건강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북한 역시 남측의 인도적 지원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방역과 보건·의료는 무엇보다 실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남북이 하루빨리 만나 방역 협력을 성사시켜야 한다.

물론 일방적으로 우리가 지원할 테니 받으라는 식으로 위기에 빠진 북한을 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다. 직접 지원보다는 국제사회나 중국 등을 통한 우회 지원도 검토할만하다. 필요하다면 물밑접촉을 통해 신뢰를 쌓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사건은 오히려 사소하고 우연한 일에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백신 외교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다면 한반도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세계 속의 깡패국가라는 오명을 이제는 내려놓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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