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21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어 갈 국회의장으로 5선의 김진표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사실상 내정됐다. 그는 후보로 선출된 후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확실하게 작동하는 국회, 의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국회, 많은 성과를 내는 민생 국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 권위를 지키는 의장, 할 말을 하는 의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른다. 당적(黨籍)을 졸업하는 날까지 당인(黨人)으로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민주당 동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는 강한 당성(黨性)을 드러낸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 편에 서지 말고, 의회를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국회법에 당적 보유 금지를 명시(明示)하고 있다.

현재 국회는 정권이 바뀌면서 더불어 민주당 168석, 국민의 힘 108석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되었다. 때문에 사안(事案)별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모름지기 국회는 ‘입법(立法)의 연장(延長)으로 정치(政治)를 하는 공간’이기에 누구나 보다 생산적인 국회를 기대한다.

예로부터 정치를 잘 해야 모두가 잘 살고, 나라가 융성(隆盛)·발전(發展)한다. 정치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엔 정치하면, 팬덤정치가 떠오른다. 팬덤정치는 본래 팬덤문화가 확장된 현상이다.

여기에서 팬덤(fandom)은 광신자(狂信者)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에서 유래한 ‘팬(fan)’과 영지(領地) 또는 집단(集團) 등을 의미하는 접미어 ‘덤(-dom)’의 합성어이다. 그리하여 팬덤이란 ‘특정인물이나 대상에게 열광하는 집단’을 말한다.

지난번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大選)에 졌는데도, 내로남불이 여전하고, 성폭력 사건도 반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팬덤정치도 심각하고 달라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극렬 지지층은 박지현에게 문자 폭탄으로 압박해 끝내 사과시켰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정치는 아직도 팬덤의 정치 모습이다.

엄연히 특정 인물이나 정당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형성된 정치적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실과 진실이 아닌 맹목적 지지와 합리화로 극단적 편향성(偏向性)을 보인다.

자신이 속한 조직의 이념(理念)은 무조건 옳고, 다른 조직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척한다. 이토록 철학과 원칙이 부재(不在)하는 열광(熱狂)의 정치 끝은 어디인가?

물론 정치인에겐 열광적 지지자들이야말로 든든한 자산(資産)이다. 하지만 극단적 지지층에 휘둘리면, 국민의 다양한 욕망이 정치적 어젠다(agenda)로 이어지지 못해, 공동체(共同體)가 황폐화되고 만다.

무릇 대중을 아우르는 정치는 현실적으로 국민통합과 민생복리(民生福利)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기제(機制)이다, 그러기에 맹목적인 지지에만 갇히지 말고 이를 넘어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대중정치(大衆政治)로 거듭나야 한다.

좋은 정치란 각기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더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과정이다.

기필코 과도한 팬덤정치는 극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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