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30여 년 수업해 오면서도 교실에 들어갈 때마다 설레고 긴장되는 것은 늘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교실 수업에서 교사의 시간을 줄이고 학생의 시간을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해 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우연히 하브루타를 기반으로 한 그림책 질문수업을 접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림책은 어린이나 보는 책이라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다 아는 것처럼 그림책은 아동문학에 포함하지만, 어른을 위한 그림책 출판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그림책에 대한 가치가 높아져 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교재로 채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책과 동화는 같은 범주에 포함할 수 있지만, 동화는 글의 서사로 동화에 등장하는 그림은 글을 읽을 때 상상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림책 이론가 페리 노드먼에 의하면 그림책에는 세 가지 서사가 존재한다. 글의 서사와 그림의 서사 그리고 이 둘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서사가 그것이다.

질문이 있는 그림책 수업은 준비단계-활용단계-정리단계로 나누어 진행할 수 있다. 준비단계에서는 그림책을 구입하거나 학급 모둠을 구성하고, 그림책 수업 목적이나 필요성을 학생과 학부모께 설명하는 것이 좋다. 그림책은 수업 시수나 학생의 수준에 맞는 것으로 구입한다. 한 모둠은 이끎이, 기록이, 칭찬이, 나눔이 등 4명 정도가 적당하며, 각각 역할을 인식시킨다. 또한 학생 개인은 수업나눔공책을 모둠에는 질문성장공책을 준비하도록 한다.

활용단계에서는 학생에게 질문하는 방법과 발표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질문 방법에는 단어의 뜻을 묻는 질문, 문장의 표현에 관한 질문, 느낌을 묻는 질문, 문장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질문, 서로 비교하는 질문, 자기 삶과 연관된 질문, 가정하여 묻는 질문, 결론적이고 종합적인 것을 묻는 질문 등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활용단계는 개인활동-짝활동-모둠활동으로 이어지며, 개인이 만든 질문은 짝활동으로 가장 훌륭한 질문 하나씩을 모둠의 질문성장공책에 기록한다. 기록한 질문은 모둠별로 발표자를 선정하고 발표 준비와 질문에 대비한다. 이어서 모둠별로 발표를 하면 발표에 관한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학생의 자발적 배움이 일어난다.

정리단계는 수업을 최종 마무리를 하는 단계로 교사나 모둠이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수업 진행 중에 발생한 오개념을 바로 잡거나 활동에 공로가 많은 학생이나 모둠을 선정하여 칭찬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다.

질문이 있는 그림책 수업은 수업 시간 내내 학생의 적극적 상호소통으로 이루어지므로 조는 학생이 없다. 모둠별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잘하는 학생이 못하는 학생을 가르쳐 근접발달영역에 도달할 수 있으므로 학력 차가 현격히 준다. 아울러 고등사고력과 창의력 신장, 설득력 향상, 논리력 향상,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길러진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 있는 그림책 수업은 ‘그림책 수업’보다는 ‘질문이 있는 수업’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목소리 가득한 우리 교실이 학생들의 목소리가 넘쳐나는 교실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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