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은 정남에서 정북으로 마치 자를 대고 그은 듯이 청주 시내를 가르고 흐릅니다. 이토록 방향이 또렷한 내도 드뭅니다. 그러니 이런 내에 방향과 관련 있는 이름이 붙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겁니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니, 이름도 그와 관련이 있겠지요. 

바람을 뜻하는 말 중에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파람'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맣+바람'의 짜임입니다. '맣'는 '맛, 맞, 맏'으로 받침이 변합니다. '맞은편, 맞다, 마주, 마중' 같은 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맣'는 남쪽의 뜻입니다. 주로 여름에 부는 계절풍을 말하죠. 왜 이 바람을 '맣'라고 하느냐면, 북반구에서는 해의 방향으로 모든 게 정해집니다. 집터도 그렇게 잡고, 마을도 그렇게 들어선 곳이 따뜻하고, 심지어 무덤마저 그런 곳을 명당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남쪽을 향하고 앉은 상태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이것을 남면(南面)이라고 했죠.

임금을 기준으로 왼쪽은 동쪽이고, 오른쪽은 서쪽입니다. 맞은편은 남쪽이고, 뒤쪽은 북쪽이 됩니다. 『천자문』에 '南 앏 남', '北 뒤 북'이라고 토가 달린 까닭입니다. 왼쪽에서 해가 뜨고 오른쪽으로 해가 집니다. 이에 따라 다음에 왕이 될 사람(세자)의 집은 동쪽에 지어서 '동궁(東宮)'이라고 합니다. 떠오르는 해를 상징하죠. 

최근에 미호천을 두고 이름을 바꾸자는 세미나까지 열린 것으로 압니다. 미호천은 일제강점기에 행정 용어로 처음 등장한 것입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그 이름을 붙인 사람만 알 것 같습니다. 그나마 지금까지 나온 가장 확실한 설명은 '미꾸지'론입니다. 세종시로 편입된 조치원 연동면 예양리에 미꾸지라는 곳이 있는데, 조선 후기 지도에 '미곶(彌串)'으로 표기되었고, 이것이 미호(美湖)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민간어원설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당장 드는 의문은 몇 군데 시와 군을 거쳐온 강 이름에 왜 특정 지역의 이름이 붙었냐는 것입니다. 게다가 '곶'은 물 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땅을 말하는 것입니다. '미곶'의 '미'는 '뫼'처럼 땅의 뜻일 겁니다. 물길을 가리키는 말일 수 없습니다.

미호천의 기원이 불분명하니 동진강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습니다만, 이것은 답이 아님은 앞선 논의에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동진은 동쪽에서 오는 물줄기에 붙은 이름이기에 서남쪽으로 꺾은 지점에서는 다른 이름이 붙어야 합니다. 까치내와 무심천은 물길의 방향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그러면 청주와 조치원 접경에서 방향을 꺾어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를 가르는 이곳에 이른 강 이름은 무엇이었을까요? 미호천이 일제강점기 면서기의 펜 끝에서 나온 게 아니라면, 제가 보기에는 방향이 꺾인 이후의 물줄기에서 붙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청주에서 조치원으로 가다 보면 거기서 만나는 강 이름이 미호천입니다. 

미호천의 어원에 대한 저의 생각도 나름대로 있기는 합니다만, 아직 '미호천'의 존재가 확실치 않기에 그것을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미호천'이 일제강점기하의 면 서기 펜 끝에서 탄생한 말이라면, 제가 당할 망신살은 누가 책임질까요? 그래서 입을 다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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