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눈 목(目), 아니 불(不), 볼 견(見), 속눈썹 첩(睫)의 한자인 목불견첩(目不見睫)이란 고전이 생각난다. 모든 사물의 눈은 가장 가까운 곳의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잘 보여도 정작 자신의 잘못은 제대로 못 보는 경우에 많이 쓰인다.

춘추시대 말기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제환공 이후 두 번째 패자가 된 인물이다. 그의 포부는 컸다. 어느 날 장왕은 전쟁을 일으켜 국토를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한 신하가 가까운 이웃 나라인 월나라를 치자고 제안했다. 당시 월나라는 내분으로 정국이 흔들려 국력이 쇠퇴해진 상태였다. 장왕은 이 제안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며칠 후 직언을 잘하기로 유명한 두자가 왕을 알현했다. 

그는 장왕에게 "월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확신하냐"고 물었다. 장왕은 "우리는 강력한 군사와 넉넉한 식량을 보유하고 있으니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고 답했다. 묵묵히 듣고 있던 두자는 "왕께서는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눈썹을 볼 수 있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장왕은 크게 웃으면서 "당연히 볼 수 없다"면서 "그게 월나라 정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두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몇 해 전에 진 나라와의 전쟁에서 우리 군사들이 패해 몇 백리를 도망친 적이 있다. 어떻게 이런 군대를 강군이라 할 수 있을까? 저의 견해로는 우리가 월나라보다 더 강하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장왕은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월나라 공격의 뜻을 접었다는 얘기가 있다. 

대한민국의 지금 상황이 '목불견첩'의 의미를 되새기하는 형태가 많아 전 정권이 반성해야할 일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라를 위해 올바르게 일해야 했건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무조건 자신들의 일이 옳고 상대는 틀리다면서 소모적 경쟁만 일삼았기에 하루도 시끄럽지가 않은 날이 없었다. 

지금 시끄러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만 해도 그렇다.  서해에서 북한군에 피살·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유가족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것" 이라며 진상 규명과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해양경찰과 국방부는 2년 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도박 빚에 시달리다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는 유가족의 주장이다. 이 사건은 당시 정부와 해경 수사 당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많은 의문을 낳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임기 말 문재인 정부가 한사코 항소까지 해 가며 수사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등 의문으로 남겼다. 이씨 피격 사건의 기록 문건은 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어 15년간 보관됐다. 

이씨 피격 사건이 어떻게 보고·처리됐으며 누구에 의해 왜곡됐는지에 대한 진실규명이 절대적이다.

이 사건은 정권이 바뀌자 당시 발표를 뒤엎고 해경 등이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 한 증거를 보강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므로 시끄러워졌다. 

정권이 바뀌었기에 그렇지는 않겠으나 은폐하려는 사항이 없다면 눈 밑의 티끌까지 찾아 낼 수 있도록 신·구 정치권은 얼굴을 맞대고 목불견첩(目不見睫)처럼 서로 볼 수 있도록 진실 규명에 함께했으면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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