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유럽 내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세계 제2차 대전 후에 하루도 지구상에 전쟁이 없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 전쟁의 본질을 찾기 위한 실마리는 누가 전쟁을 지시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전쟁은 다른 수단을 갖고 하는 정치의 연속이다. 전쟁이란, 나의 의지 달성을 적에게 강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실력행사이다." 결국 정치와 전쟁은 별로 다르지 않으며 정치가와 군인이 전쟁을 일으키며 그들이 민중을 전장으로 몰고 가고 민중을 학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을 판별할 수 있어야 하며, 적을 만들어내지 않아야 평화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전쟁은 많은 국가 지도자들을 정치적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 당사자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지난 1월 23%에 불과했으나 전쟁 발발 후 91%로 수직상승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번 전쟁 직전까지 지지율은 60%선이었으나 개전 후 83%까지 올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3월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가 1주일 전 보다 9%포인트 증가한 43%였다. 영국의 존슨 총리도 전쟁 발발 전까지 코로나19 봉쇄 중에 음주파티를 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의회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존슨 총리를 이 위기에서 구했다. 

이렇듯이 대부분의 강대국 국가 지도자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재미를 봤다. 역사적으로 봐도 인간의 강자는 항상 전쟁을 성전으로 합리화하며 자신의 무자비한 약탈과 잔혹성을 정당화했다. 종교지도자인 중세 교황까지도 전쟁을 독려했으며 그의 사제들은 전사들의 무기에 축복을 내려주었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즉시 천국에 들 것이라고 선동했다. 역사적 영웅들에 의한 거대 제국의 정복전쟁은 오히려 찬양되기도 했다.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의 정벌전쟁은 누가 보아도 침략 전쟁이지만 세계 역사는 이에 대해 범죄 행위로 낙인찍지 않고 오히려 정복자의 대범함을 칭송하거나, 그렇게 만들어진 제국의 위대함과 그 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현재의 초라함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그 차이를 강조하곤 한다. 우리들만 봐도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칭송하며 만주 벌판까지 확장했던 옛 고구려의 영토 수복을 꿈꾸고 있지 않는가. 

며칠 전 신문에서 일본 시민단체가 일본의 전쟁포기를 선언하는 평화헌법을 새긴 '헌법 9조 기념비'를 도쿄에 세웠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념비를 제작한 건축가는 "조문을 보러 온 사람의 얼굴이 기념비에 비치게 만들었다. 평화헌법과 시민이 하나가 되는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다시는 전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평화헌법이 있었기에 오늘날 일본에 평화가 존재할 수 있게 됐다는 그들의 설명에 전쟁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 제시해 주는 듯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