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산책] 김법혜 스님·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한 일(一), 고기 어(漁), 흐릴 탁(濁), 물 수(水)자를 쓰는 고전에 일어탁수(一漁濁水)란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물고기 한 마리가 맑은 물을 흐린다'는 뜻이다. 한 사람의 나쁜 행동으로 여러 사람이 피해나 고통을 받게 될 때 흔히 쓰인다.

비슷한 의미로 '일개혼전천'(一箇渾全川)도 있다. 조선 인조 때의 학자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나오는 글이다. 한 마리의 물고기가 온 시냇물을 흐리게 한다는 의미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시냇물 다 흐린다'는 속담도 같은 뜻을 담고 있다.

미꾸라지는 추어(鰍魚)라고도 부른다. 도랑이나 웅덩이, 논의 진흙물에 살면서 장구벌레 등을 잡아먹고 산다. 그런데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다. 미꾸라지는 흙 바닥을 파고드는 습성이 있다.

진흙탕에서 요동을 치면 맑은 물이 금세 뿌연 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문제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다 시키고 있다'는 말과 비슷하다. 외국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중국에는 '쥐똥 하나가 죽솥 전체를 망쳤다'는 속담이 있고, 영어권에선 '썩은 사과 하나가 한 통의 사과를 망친다'라는 격언도 있다. 반대의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로는 '발택비승'을 꼽을 수 있다.

집안의 한 사람이 출세하여 가문을 일으킴으로써 온 집안 사람이 덕을 본다는 뜻이다. 특히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보다는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생활에서는 물을 흐리게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일어탁수'를 자행하고 있는 물고기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기 일쑤다. 국민의힘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연일 연출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충돌한다. 사실상 내부 총질들이다. 당을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가는 격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당원이나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마저 착잡하고 짜증스럽게 한다.

여의도 국회가 무슨 추어탕집인가. 물 흐리는'미꾸라지'는 되지 말아야 한다. 진흙탕 싸움을 계속 벌이지 말고, 조직을 건강하고 이롭게 만드는 '비판'에 힘써주기를 당부한다.

그런데 맑은 물을 흐려놓는 미꾸라지도 좋은 일을 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엄청난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여름철 장마가 지나면 항상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하천이나 웅덩이에서 극성을 피우는 모기를 퇴치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지어는 일선 보건소에서는 모기 유충을 없애기 위해 모기 서식처인 하천 등에 미꾸라지를 풀어 넣기도 한다.

모기 유충인 장구벌레의 천적 미꾸라지를 활용하면 살충제를 쓸 때보다 환경오염이 덜하기 때문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잡아먹는 장구벌레는 하루 1000마리 정도가 넘는다. 미꾸라지는 13년까지 살며 최대 30㎝까지 자란다.

통통한 몸통이 장어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장어보다는 작다. 통에 물을 넣고 채우면 거품이 일어나는 것도 장어와 닮았다. 피부가 매끄럽고 몸이 장어처럼 둥글고 길어 힘차게 진흙 바닥도 뚫고 들어간다.

그래서 미꾸라지는 가을이면 '작은 장어'라고 할 정도로 식용으로 인기가 높다. 가을이 제철로, 추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유다. 추어탕이나 튀김으로 많이들 먹는다. 미꾸라지는 산소가 부족한 흙탕물이나 더러운 물에서도 잘 자란다.

입을 물 위로 내밀어 숨을 쉬기 때문이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면 공기가 내장으로 들어가 산소가 피로 공급된다. 아가미로만 숨 쉬는 물고기는 그렇게 두면 죽지만 미꾸라지는 내장 호흡도 하기 때문에 살 수 있다.

맑은 물을 흐려놓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모기를 없애 주고 자라서는 보양식으로도 일생을 바치기도 한다.

일어탁수는 한 사람의 악행으로 인하여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한 사람의 욕심으로 인류사에서 늘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

이와 같은 참혹한 논쟁이 한 사람의 욕심 때문에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이런 청치인은 일어탁수처럼 물만 흐려놓을 줄만 알지 화합과 협치를 모르니 미꾸라지만도 못하다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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