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전 세계가 경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올 전반기에 큰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3분기에는 –2% 이상의 역성장을 기록하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금리인상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한국경제는 경기후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비관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줄곧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있는 서민들은 더 물러날 곳도 없다는 탄식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대외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로금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내물가를 잡고 서민경제 안정에 힘을 쏟고 있다. 국제무역에서는 엔화 약세국면을 활용하여 한국이나 여타 동남아 신흥국들을 따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작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주도세력은 과연 누구인가? 일차적으로는 국가의 위정자들이고 다음으로는 각종 조직이나 기업 및 가정의 리더들이다. 그들의 리더십에 따라 위기가 극복될 수도 있고, 국가나 기업이 아예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위기 극복의 리더십은 기본적으로는 정확한 상황분석에 의거하여 올바른 처방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구성원들은 제시된 처방이 신뢰할 만한 것이라고 판단되어야 기꺼이 수용하려고 한다. 처방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위정자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처방이 권력유지에 급급한 편협한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처방이 나오면 리더들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때 신념이란 그것이 옳다는 것과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차원을 말한다. 리더 스스로 처방에 대하여 의심을 하게 되면 실행에 힘이 붙을 수 없다. 때문에 처방이라는 대안을 낼 때부터 철저한 고민과 토의가 필요하다.

또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대안이 반드시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위정자들은 경제위기가 극복될 수 있는 것인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없다. 정치싸움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위정자들 스스로 변화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변화만이 살길’이라는 말은 너무 잘 안다. 의상에서부터 말투까지, 그리고 일하는 방식도 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리더들은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경영에서는 이것을 개념적 기술이라고 한다. 엄청난 경험과 역경으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개념적 기술을 가진 리더라야 문제해결을 위한 적확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요즘 위정자들이 근로자들에게 임금인상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는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래서는 위기극복을 위한 방향으로 힘을 모을 수 없다. 국가든 기업이든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한 방향으로 정렬된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리더가 개인적으로 아무리 뛰어나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구성원들의 힘을 결집시키지 못하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주어진 임기 동안 허둥대다가 시간만 보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서민경제는 파탄이 날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