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충청북도물리치료사협회 사업부회장

지난 주말 따사로움을 넘어 뜨거운 햇빛은 우리 아이들이 나를 향해서 바다를 외치게 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모처럼 바다로 향할 수 있었다. 그렇게 1박 2일 즐거운 여행을 마치며 인근의 맛집이라 소문난 냉면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였다. 정말 많은 사람들로 대기표까지 받아가며 기다린 식사는 막바지를 향하고 있었다.

그즈음 함께 여행을 온 것으로 보이는 두 가족이 우리 곁에 자리를 잡았다는데 이내 우리 가족에게는 낯설지만 요즘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낯익은 광경을 선사하였다. 그 광경은 4~7세로 보이는 3명의 아이들의 손에는 모두 하나같이 핸드폰이 쥐여져 있었던 것이었다. 주문하기 전부터 이어진 핸드폰 게임은 식사를 하면서도 영상시청으로 계속 되었다. 어느덧 식사를 마쳤기에 우리 가족은 자리를 나섰지만 나는 그 모습이 쉽사리 떨쳐지지 않을 만큼 못내 아쉬웠다.

인간의 아기는 미성숙한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는 진화라는 중요한 사건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현대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호모에렉투스가 등장하면서 선 자세에서 두 다리로 걷는 보행을 하게 되었다. 이전보다 손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 지능이 급격히 향상되었으며 뇌 용량도 커졌다. 하지만 여성의 선 자세 보행은 골반과 산도가 좁아지는 결과를 만들었고 결국 아기의 성숙한 뇌의 25%의 크기로 태어나게 된 것으로 추론되어지고 있다. 침팬지의 경우가 45%의 크기로 태어나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아기는 매우 미성숙하게 태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2,000억개 정도의 뇌세포를 갖고 있으나 상위뇌의 세포들은 거의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때부터 생후 첫 5년 동안 아주 빠른 속도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선행 연구 결과들에서는 생후 5~6년 동안 사실상 뇌 성장의 90%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상위 뇌세포 연결은 아이의 정서 및 사회지능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부모는 이 세포 연결에 중요한 연결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불과 50~60년 전에만 해도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몰랐기 때문에 인류는 오랜 세월동안 부모의 육아 형태에 따라서 아이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신경학의 발달과 뇌 스캔 등의 발달로 우리는 부모가 행하는 육아 방식이 아이들의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즉, 부모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육아 방식에 따라서 양육되는 아이의 뇌의 체계와 화학 작용이 풍요롭게 되거나 보람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활성화되는지 그렇게 되지 않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일화에서처럼 아이가 음식이 나오는 잠깐의 시간을 지루하게 느낄 수도, 식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상시청과 함께 식사를 권하는 것도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이 나오는 잠깐의 시간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그 시간이 가족에게 또는 양육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시간에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식사를 함께 공유하며 소통을 할 수 있는 여유가 과연 충분한가?” 라고 말이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들께서 아이가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에게 장차 어떠한 결과를 가져 오게 되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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