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수빈 한국전력공사 영동지사 인턴

에너지 공급망 붕괴로 국제 연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2년 전에 비해 유가는 5배, LNG 가격은 12배 올랐다. 연료가격의 급등으로 전세계 전력기업들은 원활한 전력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전기요금 조정에 적극 나선 반면 우리나라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급등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지난해 적자 규모를 훨씬 초과한 7.8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된다.

한전은 끊임없이 정부를 설득한 끝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원 인상했다. 기존 분기별 조정한도였던 kWh당 3원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평균 1535원 정도 더 내야 한다. 전기요금이 그간 쉽게 오르지 않았던 만큼 이번 인상의 폭이 크다는 비판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가파르게 오르는 연료비와 급속도로 나빠지는 한전의 재무여건을 고려하면 오히려 작은 수준이다. 한전의 적자를 메꾸기 위해 kWh당 5원이 아닌 33원가량 올려야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유연탄, LNG, 원유의 평균 가격에 환산계수와 변환계수 등을 적용해 도출한 값이다. 고물가 시대에 이 정도의 상승폭은 국민에게 부담을 줄 수 있기에 인상을 최대한 자제한 것이다.

한전의 재무건전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해진다. 설비 투자, 기술 개발, 복지 할인 등에 쓰일 재원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기관의 부실은 그 부담이 국민에게 전가되는 구조로 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이 충당해야 하는 세금의 규모도 같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금액을 세금으로 충당해 적자를 국민에게 떠넘기는 꼴이다. 하루빨리 재무건전성을 바로잡지 못하면 추후 전기요금에 이자비용까지 더해져 국민의 부담만 더욱 커져갈 뿐이므로 전기요금 인상을 언제까지나 유보할 수는 없었다.

한전은 불가피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 전기요금이 올라도 큰 피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안과 동시에 에너지 복지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취약계층 요금 할인 제도 확대가 대표적인 예다. 냉방 수요가 폭증하는 7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으로 복지할인 대상 약 350만 가구의 할인 한도를 40% 늘린다. 또한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할인 한도를 1600원 올려 매달 최대 9600원 할인을 제공한다.

고강도의 자구 노력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전기요금 인상에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 현재 한전은 출자지분 2건, 부동산 3건 등 1300억원 규모의 자산 매각을 완료했으며 고강도의 지출 줄이기 노력으로 1조3000억원의 예산을 이연, 절감하는 성과를 냈다.

또한 전력 공급과 안전 확보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투자사업 시기를 조정하며 연말까지 1조원 규모의 투자비를 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직 체질도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연공서열을 타파하고 직무능력 중심의 인사시스템을 구축해 공정한 인사 운영체계 확립 및 인력운영 효율화로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유례없는 위기를 마주했지만 한전은 이를 기회로 삼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간 해결하지 못하고 뒤로 미뤄왔던 숙제를 풀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활용한다. 한전은 이미 한 차례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고유가 지속에 따라 한전 창사 이래 최초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에도 경영합리화 노력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전기요금 합리화에 성공해 위기를 극복했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온 새가 생존 가능성이 올라가는 것처럼 한전도 절실한 마음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고자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전은 성장통을 기꺼이 감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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