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연옥 청주시 가경동행정복지센터 주민복지팀장

"팀장님!"

오늘도 경쾌한 할아버지는 밝은 인사로 셀프안부확인을 하신다. 우리동에는 매일 오후 똑같은 옷에 항상 무거운 가방과 노오란 쓰레기봉투를 들고 방문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이 할아버지를 알게 된 것은 '임대아파트'신청을 해놓으시고 매일 방문해서 아파트 어떻게 되었냐며 물으시고 팀장님이 빽(?)을 써서 아파트 좀 해달라고 귀여운 청탁을 하셔서 기억에 남는 분이었다. 

또 마스크 안에 종이를 접어서 마스크를 몇 번이고 다시 쓰셔서 새 마스크를 드렸던 기억이 있는 분이었다. 

가경동은 워낙 민원이 많기에 방문민원만 처리하기에도 하루가 버거운 곳이고 가정방문은 특히 엄두도 못낼 형편인 곳이다. 

이 할아버지의 실체를 수년간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끄럽지만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었다. 

그러던 중 이 할아버지의 진짜 실체를 알게 된 건 정말 눈치 백단의 우리동 맞춤형 복지팀 베테랑 사례관리사 선생님과 직원의 관심이었다. 

후원 물품을 가져다 드린다는 핑계로 할아버지를 뒤 따라간 것이 이 쓰레기 할아버지를 새로운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첫걸음이었다.

"현장에 답이 있다"이 말은 어쩌면 진리인 것 같다. 찾아가는 복지상담이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그야말로 할아버지집은 '세상에 이런일이'에서나 볼법한 그런 수준 이었다. 복지업무 20여년간 경험한 가정 중 집에 신발을 신고 들어간 집은 처음인 것 같다. 집이 아니라 창고였다. 

그간의 사정을 들어보니 다세대주택 집주인 사망이후 빈집상태로 방치되어 있던 중 본인이 계약한 원룸엔 쓰레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비어있는 옆 빈방에서 박스를 깔고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아파트를 구해달라고 했던 것이었다. 

이 할아버지의 진단은 우리가 알고 있는 저장강박증이었다. 자원봉사자로는 감당할 수준이 안돼 자활사업단에서 운영하는 '신박한 정리'사업으로 진행했다. 그 집에서 나온 자전거만 수십 대였고 쓰레기봉투만 트럭2대 분량은 될법했다. 

긴급주거를 마련해주고자 하였으나 '아파트'가 될 때까지 살고 싶다고 해 냉장고등 후원물품 지원, 충북대건축학과 봉사동아리를 통한 도배장판 지원, 저장강박증 상담을 위한 정신건강상담 진행등 다양한 서비스 연계를 통해 요즘 방문하시는 발걸음이 더 밝아지셨다. 

지금은 노인일자리에 참여하시면서 임대아파트 입주를 기다리고 계신다. 어제도 해맑은 얼굴로 아파트가 언제 되냐며 물으러 오셨다. 잘 지내시냐고 물으니 복지사님이 너무 잘해줘서 좋다고 연신 감사하다고 하신다. 가끔은 아찔할 때가 있다. 만약 관심 가져준 직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사례관리업무라는 것이 정해진 답이 없는 업무이다. 그리고 수학숙제 풀 듯 문제풀이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론 너무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고 소위 노답인 사람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있다. 관심이 답이다....가경동은 그런 곳이다. 묵묵히 그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는 직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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