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의 대학들은 대학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록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입생 충원을 위한 입시활동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학에서 입시홍보를 나가는 고등학교는 크게 두 부류인데 하나는 교육과정이 대학진학 입시준비에 치중하는 일반고와 전문적인 직업교육에 치중하는 특성화고이다.

상식적으로는 대학에서는 당연히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일반고에만 입시홍보를 나가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특성화고도 중요한 입시홍보 대상이다. 사실 특성화고의 설립 목적은 고등학교 졸업으로 전문 직업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취업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대학의 학과처럼 전문분야의 전공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대학진학을 원하고 있어 대학의 중요한 입시홍보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런데 특성화고에 입시 홍보를 나갔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 중의 하나는 많은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이 전공하고 있는 전공과는 다른 학과에 진학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컴퓨터공학으로 진학을 원한다던지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사회복지과를 지원하는 경우 등이 많다는 것이다.

2017년 한국사회 제18집 2호에 게재된 ‘특성화고 학생의 진로 수정 경험에 관한 질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대학 진학으로 진로 수정을 하게 된 핵심 계기는 특성화고 재학 중 적성의 재발견 경험이었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3가지 유형이 있는데, 첫째는 특성화고 세부 전공과 자신의 소질이 맞지 않음을 알게 된 유형, 둘째는 특성화고 세부 전공을 바탕으로 취업했을 때 현장에서 겪을 현실이 자신의 소질과 맞지 않음을 알게 된 유형, 셋째는 고등학교 입학 당시 본인의 적성에 관한 적극적인 파악 없이 전공을 택했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 시 일반고에서의 입시준비에 대한 중압감과 졸업 후 취업률이 높다는 특성화고 입시홍보에 영향을 받아 특성화고 전공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정보 없이 특성화고 진학을 결정하였고, 고등학교 재학 중에 뒤늦게 좀 더 명확하게 본인의 적성에 대한 재발견을 경험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단계에서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과정에는 만 15세 이후에 합법적으로 참여 가능한 아르바이트 형태의 노동시장 참여 경험이나 취업 관련 실무 경험이 있는 고등학교 선배들의 조언 등, 중학교 단계에서는 직간접적으로 얻기 어렵고 고등학교 단계에서야 얻을 수 있는 진로 경험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졸업 후 취업한 동아리 선배들도 회사 생활을 해보니 어린 나이 때문에 "눈치 보이고", 잡무가 집중된다며 동아리 후배들에게 "대학 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특성화고 졸업자 대비 취업률은 2017년 50.0%에서 2018년 41.4%, 2019년 31.0%, 2020년 26.1% 등으로 3년 연속 급락했다고 한다. 고졸취업자 장려라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와 고졸 취업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 특성화고를 선택한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깊은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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