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김창주 청주대학교 물리치료학과 교수·석우재활서비스센터장

최근 2~3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많을 것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의 여파가 미치지 않았던 이전에도 영·유아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연령이다.

영·유아기 동안 감각적, 신체적, 인지적 능력이 발달하게 되는데 특히 생후 1~2년 동안은 운동발달이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지게 된다. 때문에 목을 가누는 것을 시작으로 걷기까지 다양한 움직임을 습득하며 전형적 발달을 이루어 낸다. 배밀이, 기기, 네발기기와 달리 걷기라는 차원이 다른 이동 전략을 배우면서 손의 기능까지 점차 고차원적인 움직임을 스스로 학습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양육자들에게는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나 역시 3남매를 키우면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의 위험에 직면한 아이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 마다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도 소중한 내 새끼들의 안전을 위해 때때로 예의주시하며 마음 졸이 때가 있는 것을 느낄 때면 어린 시절 아버지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2020년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인구 대비 어린이의 비율이 12.2%인데 반해, 어린이 안전사고는 전체 안전사고의 27%를 차지할 만큼 연령대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안전 취약계층으로 나타난다.

앞서 이렇게 나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특히 영·유아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장소는 어디일까?'

어린이집? 위험한 도로? 사람이 많은 놀이공원? 아니다. 안전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장소는 바로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집'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영·유아의 60%가량의 안전사고가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약 70%가 3세 이하 영유아에게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발달 단계별 안전사고 발생의 특성은 어떠할까?

2020년 어린이 안전사고 동향 분석에 따르면 만 0~1세의 경우 92.1%가 가정에서 발생하며 이 시기 가장 극적인 성장과 발달을 이루지만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활동범위가 좁고 가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침실가구’, ‘거실가구’, ‘바닥재’ 순으로 발생빈도가 높았다. ‘추락사고’가 50%를 차지하였고 ‘부딛힘’ 사고가 11% 바닥재에서 ‘미끄러짐·넘어짐’,‘식품섭취로 인한 위해’ 사고가 뒤를 이었다.

만 2~3세의 경우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신장에서 머리의 비중이 점점 작아져 신체균형이 발달하고 이전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시기이다. 때문에 앞선 결과와 반대로 ‘바닥재’로 인한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며 ‘침실·거실가구’, ‘완구’, ‘문’으로 인한 사고 순이다.

이와 같은 위해 유형의 변화는 걸음마기는 주변을 끊임없이 탐색하는 호기심이 왕성하고 활동범위가 점차 넓어지나, 신체 균형이 완전하지 못하고 위험상황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하여 관련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이 높음으로 양육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유아기인 만4~6세의 경우에도 가정에서의 ‘바닥재’ 안전사고 발생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나 2~4위까지는 앞선 두 유형과 달리 ‘여가·문화 및 놀이시설’, ‘교육시설’, ‘도로·인도’ 사고의 순으로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유아기의 발달 특성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신체의 균형이 잡히면서 움직임의 안정성이 더욱 증가하고 유연해지며, 소근육 조절 능력이 발달하여 양손을 이용한 활동은 물론, 보다 활동적인 놀이를 즐기고, 유치원, 놀이터 등 사회적 외부활동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 사물이나 행동이 제시되지 않아도 상상하거나 추측하여 행동하는 것이 부분적으로 가능하기에 실외활동은 물론 놀이 장비 및 액세서리에 대한 안전사고에도 양육자의 대비가 필요하다.

철없던 어린 시절 “아빠 왜 사고면 사고지 안전이라는 말을 붙여서 안전사고 하는 거예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물었던 나에게 아버지께서 해주신 말씀이 지금도 생각난다.

“아들아 안전을 지키지 못해서 생기는 사고라서 안전사고라고 하는 거야. 우리가 잠깐 괜찮겠지 할 때 언제든지 생기기 때문에 백 번 천 번을 잘 지켜도 단 한 번에 사고가 날 수 있어 그러니 항상 차 조심하고 또 조심해라”

어쩌다 보니 나도 어느덧 그 시절의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살아가고 있음에, 나와 같은 이 시대 부모님들의 소중한 아이들의 안전한 하루하루가 지속되기를 마음을 다해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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