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브레인 편집장

오징어게임에 이어 K-드라마 비상을 이어가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이 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특별한 두뇌 능력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서번트의 천재적 재능이 아닌 그것이 개발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중증 장애를 안고 있는 동시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이들을 ‘서번트’라 부른다. 서번트 연구의 권위자인 대럴드 트레퍼트(Darold A. Treffert) 교수는 서번트 대부분이 좌뇌 측두엽의 장애를 안고 있거나, 좌우뇌의 유기적 연결성의 문제로 인해 우뇌의 특정 영역의 능력이 발현되었다고 말한다.

서번트를 세상에 처음 알린 것은 1998년 개봉한 영화 ‘레인맨’. 경이로운 기억력을 소유한 자폐증을 가진 형(더스틴 호프먼)과 이기적인 동생(톰 크루즈)의 형제애를 다룬 휴먼 드라마로 당시 ‘레인맨’은 개봉 101일 만에 지난 101년 동안의 서번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보다 더 많은 주목을 이끌어 내었다고 회자될 정도였다.

실제 영화 레인맨의 모델이던 킴 픽(Kim Peek)은 책을 한 장씩 넘기면서 읽으면 모두 기억하는 놀라운 두뇌 능력의 소유자로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러한 아주 특별한 ‘이디엇 서번트(idiot savant)’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약 100명가량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번트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신이 내린 재능이라기보다 그들이 불치의 장애를 딛고 그 재능을 꽃피우기까지의 과정이다. 인간으로서 쉽게 범접하지 못할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들도 보통의 사람들처럼 그 재능을 보이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인내가 있었음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많은 서번트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아랑곳없이 끊임없는 도전과 훈련을 통해 재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왔다. 그들은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서번트들은 한 사람이든 수천 명의 관중이든 언제나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마치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보여주는 신성한 의식인 것처럼 그렇게 행동한다. 명예도 재물도 필요치 않으며, 그냥 있는 그대로 자신을 세상에 내어놓는다.

무엇보다, 비범한 서번트의 뒤에는 언제나 무한한 믿음과 사랑을 주는 후원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초기에 약간의 재능의 발견에서 이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두뇌 능력을 보이기까지, 서번트와 후원자 간의 절대적 신뢰와 사랑이 없었다면 서번트의 능력 또한 성장에 한계가 있었을 거라는 것이 많은 연구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드라마에서 딸 우영우(박은빈)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보내는 아버지의 존재가 그러하다.

보통 사람(?)들도 누구나 단점과 장점을 갖고 있다. 아니 모두가 제각각의 장애를 갖고 있다. 단지 그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살아가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점을 키우기보다 단점을 부각시키고, 타인의 장점을 부러워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잘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서번트들은 다르다. 장점을 부각하는 것이 곧 단점을 보완하고 오히려 승화시키는 것임을 서번트들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 서번트들에 대한 치료 방향은 장애를 보완하는 것 보다, 재능을 더욱 키우는 쪽에 무게를 둔다고 한다.

불치의 장애와 신이 내린 재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서번트들이 보여주는 절대적 믿음과 사랑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정신은 뇌가 가진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더불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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