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만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입학 정책 발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교육현장은 대혼란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학부모 단체들이 연일 반대 시위를 하는가 하면, 각종 교직원 단체도 반대의 팻말을 들고 있다.

야당은 자체 조사 결과 학생과 교육현장 종사자의 97.5%가 이 정책에 반대한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주어진 환경과 이해관계자들이 처한 여건을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고 결정된 정책 추진이 국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 보기에도 안타깝다. 미래 국가운영의 설계로서 정책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동시에 위험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사전적 의미로 정책이란,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공적인 목표나 공익을 달성하기 위하여 마련한 장기적인 행동지침이다. 그 핵심적 개념을 명확히 해보자면, 첫째는 당위성으로 정책은 마땅히 있어야 할 바람직한 것을 찾아서 구현시키려는 의도이다. 둘째는 미래지향성으로 정책은 미래의 바람직한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이며, 결코 현재 당면한 문제만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셋째는 국민들에게 서로 상반되는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그로부터 혜택을 받는 국민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국민들도 있다는 뜻이다.

국가의 경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행정의 기능은 확대되고 복잡해진다. 그에 따라 정부가 수립하는 정책도 양적으로 많아지고, 그 내용과 종류도 다양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 개 부서의 정책이 다른 부서에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책을 수립하는 부서나 책임자들은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어디에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 또 어떤 분야의 내용까지를 포함시켜야 할 것인지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이번에 발표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은 정책의 수립과 추진의 기본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과 관련된 정책은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특히, 어린아이와 관련된 정책은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의 삶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부모의 직장이나 지역 교육현장과도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매우 예민한 정책이다. 잘못 건드리면 본전을 찾기도 어려운 영역이다.

현실적으로도 성공적 정책수립과 시행은 무엇보다도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얼마나 잘 고려하고 균형을 맞추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에 빠지고 말았다. 아무리 국가정책이 정치성과 권력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적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내놓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기본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고 미래의 이익과 행복도 보장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 좋은 정책결정 방법이다. 특히, 정책결정의 우선순위 측면에서 볼 때 지금 당장 국민들에게 시급한 정책은 미래의 경제적 불안을 해소하고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정책이 개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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