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아동문학가

“꽃씨가 땅속에서 단비를 빨아먹고 / 햇볕을 받아먹고 오래도록 힘을 길러 / 오늘은 무거운 흙을 번쩍 들고 나왔다 / 새싹은 밝은 햇볕 받아먹어 살이 찌고 / 달빛을 벗 삼아 고운 꿈을 가꾸며 / 양팔을 벌려가면서 작은 키도 늘려간다”(소년문학 2020년 7월호 이상성의 ‘새싹’)

자연과 시합하듯 움쭉움쭉 크는 아이들, 발 구른 자리마다 생기가 돈다. 초딩 1학년 담임 때 8, 9, 10월생 입학생이 몇 있었는데, 또래끼리 ‘형·언니’라 부르는 건 예사였고 유독 징징거렸다. 어른들만 모른 ‘40분짜리 고통’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일갈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합니다. 나중엔 늦습니다. 비석치기 술래잡기 말뚝박기 고무줄놀이 나중엔 너무 늦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지간한 사람들은 끔찍할 만큼 두려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개편안‘을 불쑥 내놨던 교육부 수장이 새 정부 1기 각료 중 첫 불명예 중도사퇴 했다.

◇흐지부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너끈한 자격시비(비전문가·음주운전·베껴 쓴 논문)에도 국회인사청문회 없이 대뜸 임명 돼 “무면허 조종보다 불안하다”는 분위기였다. 애초, 정치권·언론부터 밉보여 이미 예견됐던 바다. 한술 더 떠 ‘전문성 No + 정무감각 No’까지 민심을 긁었다. 적게나마 유·초·중 학부모 대표, 관련 단체 및 시도교육감 의견 수렴과정 쯤 거쳤어야 했다.

교육자가 학생·학부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처럼 치욕은 없다. 하물며 우리나라 교육의 총 지휘자 더러 ‘방구뽕도 안 봤냐?’ 경멸과 폄훼로 퇴짜를 놓았으니 그를 버렸다는 게 맞을 성 싶다. 얼마나 겁났으면 취재진을 피하려다 신발이 벗겨진 채 카메라에 잡혔는지 참 모양 빠진다. “전 정부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던 인재 감별의 봉변을 만회하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어물쩍’ 초동대처·뒷북대응 이었다. “공론화하겠다는 의미, 안할 수도 있다”며 흐지부지 했다. 겁 없는 하수가 판을 뒤집기도 하자만 고수는 자신과 싸운다.” 바둑에서 자주 듣던 해설이다. “바둑에선 귀가 중요한데 사람은 중앙 선점부터 노린다.”

◇반전 기회

진짜 레이스는 지금부터다. 세트피스 요건을 갖춘 교육부총리 인력풀은 넘쳐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괴산출신 안병만 장관(2008∼2010년)이후 오죽했으면 ‘교육부 폐지론’에 시달려 왔을까. 엉큼한 생각 같지만 교육과제와 개혁에 딱 맞는(경력·인품·소통) 인간 정보(Humint)를 도민 공동 명의로 건의할까 보다.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 벽도 골탕 먹이려고 만든 게 아니다. 오십보백보 의원들 질문, 그나마 일리가 있었다. 보고서 채택을 다시 보는 이유다. 이른바 ‘워킹맘 고민, 자사고·외고의 운명, 대학입시 공정성’ 등등 회오리 천지다. 공격수에겐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출 짝꿍 역할이 중요한 법, 방구뽕도 명문대 입학 수재였지만 결국 마음껏 뛰어놀면서 기억들을 남길 ‘입시전쟁’ 에서 해방을 복기해댄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합니다” 우영호 변론에 귀가 쫑긋 선다. 심란한 ‘백년지대계’의 반전일터 합리적 종합처방(단비·햇볕·달빛)을 속도감 있게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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