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올 여름은 유난히도 폭염과 열대야가 오래 지속되어, 사람들을 무척이나 힘들고 지치게 했다.

더구나 지난 8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수도권과 충청 그리고 강원권 등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 일대가 물에 잠겨, 그야말로 10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폭우였다.

이런 현상은 자연적 원인보다 인간에 의한 자연파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기후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최소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그래서인지 오늘 따라 자연을 사유(思惟)하며, 소나무 숲을 거닐어 본다.

자연하면 아무래도 동양의 고전(古典)인 노자의 사상(思想)이다.

노자(老子)는 춘추 전국 시대 초(楚)나라 출신으로, ‘도덕경(道德經)’에서 도(道)를 중심으로 ‘무위자연’을 설파(說破)하였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인위적(人爲的)이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다’는 뜻이다.

흔히들 자연하면, 산과 강이나 나무와 숲을 떠올린다. 이는 의미적 자연(nature)이지, ‘스스로 그러하다’는 사실적 자연이 아니라 한다. 노자가 생각하는 자연은, 우리가 감지(感知)하고 인식(認識)할 수 없는, 그 너머 모든 것을 포괄한다.

이로써 자연의 이치에 따라,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근본원리가 바로 도(道)라 한다.

도(道)는 성질이나 모양을 가지지 않으며,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고, 항상 자연 상태이다.

그러기에 도(道)에 이르려면, 인위적인 것에 얽매이지 말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자는 도(道)를 물에 비유(比喩)하였다.

물은 만물을 아주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잘 났다고 다투지 않는다. 그저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가, 어디서 만나면 만나고, 막힘이 있으면 돌아간다. 돌아가기 힘들면, 거기서 머문다. 뚫리면 또 흘러내려 간다. 심지어 싫어하는 것, 더러운 것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흐른다.

그렇다고 물이 결코 약한 것이 아니다. 산을 뚫고 바위를 부수는 힘이 있다. 비록 한 방울의 물은 약하지만, 저 바닷물은 노도(怒濤)를 일으킨다.

노자는 이를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여 최고의 선(善)이라 했다.

이처럼 노자는 자연이나 도(道)를 통해 우주(宇宙)의 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물론 노자의 사상은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이는 사물(事物)을 인간의 중심이 아닌, 우주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만 시야(視野)를 달리하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흔히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바라본다. 자기 눈에 보이는 실체(實體)만으로 이해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노자는 모든 것이 상대적이어서, 드러난 것만으로 무언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하였다. 밝음과 어둠은 상대적이다. 그래도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

어려운 것과 쉬운 것, 길고 짧은 것, 높고 낮음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차이는 인간의 가치판단이 작용했을 뿐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상대적인 잣대로 분별하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긴 노자의 사상은 오늘의 문명사회에선 너무나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래도 물질적으로 풍요한 세상에서 정신적 허기(虛氣)를 느끼는 현대인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고 있다.

과잉(過剩)된 인위적 사회에서 절욕(節慾)과 절제(節制)하면서, 물처럼 부드럽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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