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청주를 들면 / 초록 잎 팔랑팔랑 하늘 막고 서서 / ‘와 와 뛰뛰 빵빵…’ 여름을 식히다가 / 하나 둘 단풍 되어 콧노래 날리면 / 그제야 구름도 있다는 걸 잠시 잊은 것이려니 / <나무터널 일부·오병익>

청주의 여름과 가을은 뭐니 뭐니 해도 강서에서 상당공원까지 가로수다. 몇 년 전, 문학상 수상 차 광주를 갔을 때 그 길을 한껏 치켜세운 고 김철수 회장의 인사말에 우쭐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필자가 유별난 걸까. '빵 빵 빵 빵 기적을 울리며 시골버스 달려간다' 노랫말은 아무래도 거슬린다. 버스 경고음을 '기적(汽笛)'으로 표현하고 있어서다.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춘 앞차와 부딪칠 뻔해 마구 눌렀던 '빵 빵빵 빵빵빵'은 주의 촉구 위험 신호니 '경적(警笛)'이라야 옳고 기차·배 따위에서 증기 힘으로 나온 소리가 기적인데.

◇‘이현령비현령’ 도로교통법

‘우회전 시 멈춤’ 중심 도로교통법이 개정됐다.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확대에 따라 일시정지 뒤 보행자의 통행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낯설지 않은 규제다. 하지만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미 횡단보도로 몇 발짝 보행했음에도 고질적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달 경남 창원에서 자전거를 타던 7살 어린이가 우회전 중인 경차 밑에 깔렸다. 그것도 횡단보도에서였다. ‘민식이 법’ 제정 뒤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와 달리 치명적이었다.

지난 3년간 사고 통계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배인 사망200, 부상13000여명으로 전체 보행 사상자 중 10%를 넘어섰다. 신호등 및 과속방지턱·단속카메라 의무설치·30km 제한 무시에 의한 대형사고도 잊을만하면 재발한다. 위기감을 깡그리 잊은 거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신호등 미설치 횡단보도 앞에선 무조건 잠깐 멈춰야 하지만 심지어 보행자를 앞질러 1차로까지 이동하는 범칙을 저질러 놓고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며 따따부따다.

교통경찰관마저 긴기민가할 정도로 단속 기준이 모호하여 법적 충돌 우려가 크다. 무턱대고 범칙금만 물리면 될 일이 아니다. 시행착오부터 면밀히 검토, ‘교통안전 뉴 노멀’을 모색해야겠다.

◇생명존중
한 때 고속도로 순찰에 독수리눈이던 중학교 동기가 경찰 정년 후 개인택시 운전대를 잡고 나서 무용담(?)을 털어 놨다. “일부 만취 승객은 젬병이다. 운행 중 바뀐 신호 앞에서 민낯을 드러낸다. ‘왜 주춤거려 밟아, 더 달리라고…’ 이따금 얼토당토않은 경멸에 휘둘릴 땐 직업병처럼 명함을 딱지인 줄 만지작 거린다” 며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학습한단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정말 위험한 오토바이 불법개조 굉음과 야만적 폭주에도 ‘그러려니’ 단속이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 새 ‘우회전’ 법규를 그다지 기대 않는 이유다. 규제가 느슨해지고 안전장치가 풀리면 시민의 생명은 위협받게 된다. 강력한 법집행과 함께 운전자·보행자 모두 가수 혜은이 노래 ‘뛰뛰 빵빵 뛰뛰 빵빵’으로 넘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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