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듯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일수록 절망에 빠지기보다는 작은 행복이라도 쟁취하려고 애쓴다. 사전적 의미로 행복은 욕구가 만족되고 부족함이나 불안감을 느끼지 않으며 안심하고 생활하는 심리적인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 측면에서는 행복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 또는 괴로움이 없는 상태로 정의한다. 행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개인이 느끼는 행복의 반은 유전되고, 나머지 반은 외부 조건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인구의 절반 정도는 외부 조건이 충족돼야 행복감을 느낀다는 뜻이니 정치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UN에서 정하고 있는 행복의 객관적 기준을 보면, 1인당 GDP, 사회복지 예산, 빈곤층 및 중산층의 비율, 생활수준 등이다. 선진국일수록 사회복지 혜택이 크고 사회가 안정적이며, 중산층이 두터워 행복지수가 높다. 이러한 행복지수 평가에서 한국과 일본은 유별나게 점수가 낮다. 최근 조사에서 한국은 세계 47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의 웰빙지수 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이 자기 비관이 매우 심하여 145개 조사국 중 117위로 기록되었다. 조사기관이 서로 다르고 조사대상의 개념도 행복과 웰빙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 두 개는 어디까지나 동일한 범주에 속한다. 여기서 문제가 무엇인가 하면, 한국인들은 경제가 발전해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현상의 책임의 반은 국민 자신에게 있고 반은 정치에 있다.

국민들은 그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운영의 책임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집단에게 위탁한다. 그것이 국가 안에서 정치가 존재하고 기능하는 이유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지만, 그 목표는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하고 집단 간 이해를 잘 조정하여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데 있다.

정치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하기 위해 기능하는 중요한 사회제도이다. 때문에 대중들은 그들의 미래의 행복을 담보받기 위해 기꺼이 선거에 참여한다. 투표행위는 당연히 미래에 나와 내 가족의 행복을 더 잘 보장해줄 수 있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선택이다. 그 선택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갈린다. 우리는 얼마 전 대통령 선거와 자치단체장 및 의원을 뽑는 선거를 연이어 치렀다. 이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국민들은 과연 더 행복해졌을까?

작금의 한국 정치는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관련 지표들이 그렇다. 그것은 나라가 잘 다스려지지 못하고, 정치가 기능을 상실하여 사회에 내재해 있는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치의 중심을 잡아야 할 여당은 당 대표를 잃고 자기들끼리 물어뜯고 할퀴는데 열중이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 및 교육을 책임져야 할 수장은 아직까지 공석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불신도 매우 높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세계경제 침체로 금리와 물가가 치솟으면서 국민들은 행복보다는 절망으로 빠질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정치의 위기가 국민의 행복을 앗아가고 있다. 하루빨리 정치가 제 기능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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