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이장희 충북대 명예교수·충북세정포럼 대표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야말로 1분 1초가 시급하고 촌각을 다투는 사투를 벌이는 현장을 보면서 중요성을 항상 느끼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항상 망각하게 된다. 위급한 일이 나에게 닥치기 전에는 느끼지 않는 아니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을 가졌다고나 할까.

이는 화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위험성은 알고 있지만 설마 우리집에 그런일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피해를 겪은 이들은 단시일에 회복되거나 치유되지 않는 악몽의 나날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벌써 몇주 전 강남역 일대의 집중호우를 기억은 하지만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각종 재난의 경우 사전예방과 안전의식 고취가 필수적이어야 함은 당연시되어야 하고 항상 경계나 대비라는 개념이 기본일 것이다.

서울 시내에서 간호사를 채용하면 순차적으로 대도시 중소도시로 인력이동 파급효과가 생겨 간호보조요원으로 때워야 하는게 지방의료현장이다. 1개월전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뇌출혈이 발생한 간호사 사망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 또한 ‘그랬었던가?’ 하지만 당장 내 일이 아니고 나에게 닥친 일이 아니기에 그러하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상위급 병원내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더욱이 근무중 뇌출혈이 발생해서 응급실에 갔으나 정상적인 수술치료를 받지 못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면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뇌수술을 담당할 신경외과 의사가 없어서 긴급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하는데, 국민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비난하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의료인 양성이나 의료체계가 심각한 구조적 모순속에 빠져 있음을 알수 있다.

전문의 1명을 양성하는데 최소 10년이 필요하다. 10년의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어서도 완벽한 외과의사 하나 만드는데는 부족함이 사실이다. 제대로 된 수술을 하려면 최소 전문의가 되고서도 전임의 과정을 거치다 보면 15년이나 되어야 한다. 15년을 투자한 이들에게 보상은 그리 크지 않은게 사실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해 놓은 낮은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외과관련 의사양성은 ‘우물가에서 숭늉찾기’나 마찬가지이다.

혼자 집도하는 것이 아니므로 교수 전임의 전문의 보조의사 간호사 등의 한팀 운영에 대한 인건비가 소요되는데 크게 부족하고 혹여나 우수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게 되면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병원은 적자경영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또 야간 근무나 당직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박봉이나 마찬가지인데 누가 이를 감당하려 할 것인가.

충분하고 적정한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의료시스템 회복은 사실상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52시간 근로로 인해 전공의가 오후 6시에 퇴근하게 되면 의료공백은 불가피한데 이들을 병원으로 끌어들일 묘책은 보수밖에 없는데 수당과 인건비를 책정해주지 않으므로 지원자가 부족해 수급차질을 빚은지 10년이 넘었다. 응급환자나 수술환자를 담당할 의사가 그것도 야간에 2-3만원 추가급여를 받는다면 ‘퇴근 후 병원 복귀’는 어려운 일이다. 현 상황으로는 국민들의 소중한 목숨을 구하기에는 너무 미흡하다.

필수의료 전공의 충원률이 심각하므로 이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지원을 활성화하야 한다. 특히 흉부외과 외과 산부인과는 업무강도가 높고 정원미달이 만성적으로 심각하고, 이들 분야의 비정상적인 작동은 국민건강에 큰 위협이 되므로 시급한 대책마련이 요청된다.

대형병원이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의료행위는 만성적자상태를 면하기 어려우므로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전공의 부족사태가 심각하다. 지금 당장 의료수가 조정과 보수 등 근무여건이 개선된다 해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를 기대해 응시하는 외과 전문의가 환자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7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동안 우리 국민들의 생명은 방치되어도 좋은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반드시 필수 의료 수가 정상화와 의료지원 체계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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