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을 보내면서 그리워지는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2년 전 이맘 때 타계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고, 또 한 사람은 작년 이맘 때 타계한 고 한영제 목사다. 다소 이유는 다르지만, 두 분 다 존경하는 이들인데,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이 아쉽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직하던 5년 동안 잡음도 많았고, 정치적 반대세력도 많았고, 결국 그런 이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까지 이르렀지만, 나는 그의 소박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모두가 고루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한 정치철학을 존경한다. 그가 실행하려던 것, 수도권의 비대화로 지방과 수도권으로 이분화된 왜곡된 현실을 타파하여 고루 잘 살게 하고자 한 국토의 균형발전정책(행정수도 건설,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부동산 위에 호가호위하는 이들로부터 종합부동산세를 걷어 국가재정을 확충하려던 것, 그리고 권력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독립을 보장한 탈권위주의 실천 등, 그의 꿈과 비전을 존경한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에 있는 이로서는 피해야 할 말, 이를테면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 는 말 같은 것(조·중·동을 비롯해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이런 것을 가지고 그를 무자격자라 험담했지만)을 좋아한다. 그것이 그의 진솔한 멋이다.

그의 소탈함이다.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고향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농사짓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손녀와 함께 자전거 타고, 앞산을 산책하는 한가로운 퇴임대통령의 모습이 참 좋았다. 그런 그가 너무 일찍 생을 마감한 게 안타깝고, 그렇게 떠나가게 한 세상이 야속하다. 그래서 떠나가는 오월에 그가 그립다. 벼르고 별러서 처음으로 소백산에 도전하던 날 오전, 가는 버스에서 그의 투신소식을 접했을 때의 놀람과 실망과 분노. 그 때문이었을까, 내 생애 가장 힘든 산행이었다. 그 날, 2009. 5. 23.의 소백산 산행은.

고 한영제 목사는 내가 출석하는 청주 좋은교회의 초대담임목사였다. 그는 160센티미터 조금 넘는 키에 45킬로그램의 몸무게를 지닌 작은 사람이었으나, 그야말로 거인이었다. 1955년 공주에서 태어나, 철공소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9남매가 끼니를 걱정하며 자랐다. 그 바람에 고등학교도 바로 가지 못하고 미국인 가정에 하우스보이와 철공소 심부름꾼을 하다가 뒤늦게 갈 수 있었고, 혼자 힘으로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했다.

군목을 거쳐 1985년 여름 청주 봉명동에 좋은교회(감리교)를 세우고 헌신적인 삶과 설교로 가르친 지 10여년 만에 성도 수가 1,000명을 넘었다. 2002.2.에 청원군 남이면 석판리 13,000평의 은항골에 새로운 예배당을 지어 옮기니 성도 수는 3,000명으로 늘고, 아름다운 교회와 모범적 목회스타일을 흠모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각지에서 탐방 오는 유명교회로 성장하는가 했을 때, 하나님은 그를 돌연 불러가셨다. 자신이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날 밤, 그는 25년간 가꾸어 온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후임목사를 천거하여 일주일 내로 새 담임을 세웠다. 떠나가는 무너지지 않았던 그는 4개월여의 투병기간 중 두 권의 저서를 남기고, 안구와 각막은 물론, 시신까지 모두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떠났다.

그리고 유언으로 아프리카 모잠비크를 위해 1,000만원을 헌금했고, 그에 감동한 교인들이 헌금을 더해 예배당 하나를 건축해서 그의 1주기에 모잠비크 짐뻬뚜에 '한영제목사기념교회'를 헌당했다. 그는 말로 가르치기 전에 행동으로 가르쳤다. 늘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교회 뜰을 거닐고, 일했다. 청년시절부터의 놀랄만한 독서량과 기도, 세상을 보는 정확한 안목으로 준비된 그의 설교에 감동받지 않는 이가 없었다.

상식과 균형감각을 갖춘 크리스천이 될 것을 늘 가르치던 고 한영제 목사. "아무리 기도 많이 하고, 성경 많이 읽고, 교회일 열심히 해도, 살면서 상식없이 행동하는 이는 온전한 크리스천이 아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목사였던 이유다. 그와 작별한 지 한 해가 지나니, 떠나가는 오월과 함께 그가 더욱 그립다. (나는 그가 만든 은항골 좋은교회의 터 한 귀퉁이에 거처를 마련해 2년 전부터 사는 복을 누리고 있다. 그래서 더욱 그가 고맙고, 미안하고, 그립다.)



/유재풍 법무법인 청주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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