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주변에 보면 크고 작은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커피 연간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 1인당 커피 소비량(132잔)에 3배 가까운 양을 소비하고 있다고 한다. 2023년에는 약 9조 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 흐름에 힘입어,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커피 사랑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인다. 

왜 사람들은 커피 전문점으로 몰려들까? 한국인들은 커피 맛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의 장소로 커피 전문점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커피 전문점 열풍의 시작은 스타벅스였다. 1999년 이대점을 필두로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줄곧 커피 전문점 시장을 주도했다. 스타벅스 커피의 가격은 당시 기준에 비해 비싼 편이었고,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일컬어 '된장녀'란 신조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커피 전문점은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공간이 되었고,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 커피 가격은 스타벅스 커피 가격과 비슷해져 누구도 커피 전문점에 가는 그녀를 '된장녀'라고 비하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17~18세기 유럽의 커피 전문점이라 할 수 있는 커피하우스 역시 당시로서는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고 한다. 당시 유럽 곳곳에 3000여 개가 넘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났고, 런던만 해도 1663년 82개에 불과했던 커피하우스가 겨우 7년 만인 1700년 500여 개로 증가했다고 한다. 커피하우스는 계층의 구분 없이 누구나 출입할 수 있었고, 정보를 공유하며 토론하는 '정치적' 공간이었다. 옛 소련 시절, 모스크바에 커피하우스가 금지되었다는 사실은 토론과 대화가 억압된 사회에는 커피하우스도 없었다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커피 전문점의 증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갈증, 즉 '사회적 관계' 욕구로 해석되곤 한다. 커피 전문점을 혼자 방문하는 경우는 14%에 그치지만, 친구·동료·연인 등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경우는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커피 시장에 관심이 많은 미국 롤린스대학교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커피 문화는 독특하다. 한국인에게 가정은 가족이 머무르는 곳이고, 직장은 생계를 위한 공간이다 보니 커피 전문점이 집과 직장의 스트레스에서 해방 시켜주는 제3의 장소로 기능한다"라고 말했다. 

요즘 사무실 밀집지역의 커피 전문점 주요 고객인 '코피스족(coffee+office)'과 대학가 커피 전문점 주요 고객인 '카페브러리족(cafe+library)' 현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는 "커피는 '잠들지 않는' 근대의 원동력이다"라고 정의한다. 술은 마시면 잠이 오지만, 커피는 마시면 잠이 깬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경쟁이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고 성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상시적 고용 불안의 시대, 그나마도 취업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요즘. 커피 전문점의 증가가 커피라는 음료가 가진 느낌처럼 '낭만적'일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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