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세대들의 문해력이 심각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지난번 인터넷만화(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마련한 카페 측에서, 예약과정 중(시스템 오류 발생) 불편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고 사회관계망(SNS)에 올렸다.

이를 두고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한 데…” 등의 댓글이 달리면서, 누리꾼 사이에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자어로 ‘심심(甚深)하다’는 ‘마음이 깊고 간절하다’를, ‘지루하다, 재미없다’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논란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2020년 언론에서 광복절 대체 공휴일을 ‘사흘 연휴’라고 보도하자, 일부 네티즌들이 “3일 쉬는데 왜 사흘이라고 하나, 사흘은 4일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고유어(固有語) ‘사흘(3일)’을 ‘4일’로 착각한 것이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이준석 당시 국민의 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를 향해 ‘무운(武運)을 빈다’고 하자, 한 젊은 기자가 이 를 “운(運)이 따르지 않기를 빈다(無運)”로 해석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무운(武運)에는 ‘전쟁터에서 장군에게 이기고 돌아오길 빈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데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금일(今日)’을 ‘금(金)요일’로 잘 못 알거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을 ‘서있는 무당으로 알았다’등의 사례들도 있다. 심지어 ‘나무랄 데 없는 며느리’를 ‘나물할 때 없는 며느리’ 등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웃지 못할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씁쓸한 여운(餘韻)마저 감돈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들은 한자어와 순우리말, 그리고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관용어(慣用語)에 익숙하지 않다. 이보다는 소리 나는 대로 글을 쓰거나, 각종 축약어(縮約語)와 신조어(新造語)를 빈번히 사용한다.

그러니 나이든 세대들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줄임말이나 신조어를 잘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언어의 단절로 세대 간 소통이 잘 안되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로써 문해력에 대한 심도(深度) 있는 사회적 담론(談論)이 제기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의사소통 방식과 언어 환경은 종전과는 아주 다르다.

이른바 디지털 환경에서는 필요 정보의 검색에, 시간과 숙고(熟考)가 동반하지 않는다. 종전처럼 읽지 않아도, 최소한의 인지(認知)를 작동하여, 정보를 신속하게 취한다. 때문에 주어진 정보가 피상적· 단편적이기 쉽다. 그 과정에서 ‘외래어(外來語) 표현’과 문법상 그 뜻을 알 수 없는 ‘줄임말’과 ‘신조어’가 난무해, 문해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아무튼 디지털 시대에도 ‘문자를 해독하고 쓰는 능력인 문해력(文解力)’은 여전히 중요하다. 복잡하고 정교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은 역시 문자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기서 나아가 글의 논리적 구조를 추론(推論)하고 비판적으로 수용(受容)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언어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오늘날 첨단기기는 복잡한 말을 거부한다. 이제 어려운 말은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음도 경청(傾聽)해야 한다. 그렇지만 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언어의 이질감(異質感)으로 사회를 급격히 분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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