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우리 삶에 ‘안전’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안전은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마음을 편하게 한다. 국가의 가장 큰 존재 이유도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국민 안전 관리는 국가 고유 권한이던 공공경비에서 시대 변화와 함께 비용을 낸 뒤 서비스를 제공받는 사적영역의 민간경비로 이어졌다. 민간경비는 위험을 대비하고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고 싶음에서 시작되었다. 민간경비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공경비와 민간경비는 실행 주체가 공무원과 민간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민간경비는 공경비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인적, 물적 자산을 보호한다. 이처럼 국민 안전과 민간경비는 매우 가깝지만, 관련 제도와 경비산업은 서로 떨어져 있다. 업계 의견은 무시되기 일쑤다.

현재 빌딩, 공장, 대형병원, 민간주체 등에서 직접 고용한 노동자는 경비업법 영향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이들의 고용 주체는 경비업 법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비원 신임교육과 관할 경찰서에 배치·폐지 신고를 하는 경비업 법인 소속 경비원과 달리 결격사유가 존재해도 확인할 수단이 없다.

이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비업무 수행 과정에 사고 위험성을 높인다.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비원이 안전을 위협하는 모순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유관기관은 비경비업 법인 노동자가 경비업무를 수행할 때 경비업 법인 소속 경비원처럼 경비원교육, 신원조회, 배치신고의무 등을 이행해야 하는 제도도입이 시급하다.

경비원 채용 시 실시하는 ‘범죄경력조회’와 ‘성범죄경력조회’의 일원화도 필요하다. 이미 경비업법 제10조(경비지도사 및 경비원의 결격사유)와 관련한 범죄경력조회에 성범죄 경력자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중적으로 하는 행정적 결여이다.

중복되는 절차는 하나로 묶어 불필요한 행정 낭비를 줄여야 한다. 행정 여유는 곧 국민 혜택으로 돌아간다. 경비업 법인의 시설기준 완화도 필요하다. 현행 제도는 교육시설에 많은 인원수용을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에 실시하는 직무교육은 교육장보다 온라인 또는 경비지도사를 통해 진행하는 추세다. 특수경비업자의 영업을 제한하는 제도 역시 재산권과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하기에 공공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전·의경 제도 폐지로 발생할 치안 공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는 민간경비를 적극 활용해 막을 수 있다. 전투경찰제도는 2013년 폐지됐고, 의무경찰제도 역시 2023년을 끝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기존에 전·의경들이 수행하던 방범, 교통, 행사, 집회 관리 등은 교통유도경비, 혼잡관리경비, 방범순찰경비 신설로 대체 가능하다. 일본은 이미 1965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경비업법에 '교통유도경비' 업종을 추가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근로 사업으로 특정한 자격 없이 모집하는 산불예방업무에 ‘산불관리경비제도’를 도입한다면 보다 전문성 높고 체계적인 산불예방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사자성어 ‘거안사위(居安思危)’는 ‘안전할 때도 위태로움을 생각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 안전 보장은 타협할 수도, 타협해서도 안되는 불변의 명제다. 국민 안전의 걸림돌이 되는 각종 제도는 잘 개선한다면 안전한 사회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사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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