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 하나. “평균 키가 180㎝인 수백 명의 군인이 강을 건넌다. 지휘관은 강의 평균 깊이가 150㎝라는 보고를 받았다. 그래서 군인에게 강을 건너기를 명령했다. 그런데 강 언저리를 지나 가운데로 들어가면서 한 둘씩 빠져 죽기 시작했다. 당황한 지휘관이 연유를 알아보니 강의 평균 깊이는 1.5m이었으나 수심이 2m가 넘는 곳이 있었다. 군인 중 2m가 넘는 사람이 몇 안 되다 보니 위험을 피할 수 없었다. 지휘관은 평균이라는 말에 집착하여 강물의 변동성을 간과한 것이다.

# 둘. 20세기 초반 미국의 오하이오주 지역 신문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는 노르마와 신체 치수와 유사한 여성을 선발하는 대회를 열었다. 노르마는 클리블랜드 건강박물관에 전시된 여인상으로 부인과 의사였던 로버트 디킨슨이 자신이 모았던 수천 건의 자료를 토대로 평균을 산출하여 만든 조작품이다. 대회로 평균치에 부합하는 여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여인은 건강하지 못하다는 거짓된 신념을 만들어내고 상업적으로 활용하였다.

# 셋. 학교 교육에서 ‘평균’이라는 단어는 절대적이다. 학교에서 평균은 어떤 사람의 논리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던 적이 있었다. 학교장은 평균의 수치를 시험 점수나 보충 수업비나 등록금 납부 등의 독려 수단으로 악용하였다. 담임으로선 옆 반이나 다른 학교보다 평균이 낮다는 평가는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였다. 평균에 뒤지는 학급은 평균 이하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으므로 평균에 뒤지지 않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기도 하였다.

위의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평균이라는 잣대는 늘 주변에 서성대며 우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평균으로 목숨을 잃고 거짓된 정보를 얻고 등급이 매겨져 비교당한다. 이러한 평균의 허상은 토드 로즈의 ‘평균의 종말’에 의해 다음과 같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먼저, 들쭉날쭉의 원칙은 인간과 연관된 중요한 진실이자 개인성의 첫 번째 원칙이다. 이것은 일차원적 사고는 벗어나 균일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이해할 수 없는 관점을 취한다. 그것은 인간의 체형에 한정하지 않고 재능, 지능, 성격, 창의성 등에 적용된다. 들쭉날쭉을 이해하면 진흙 속의 진주를 발굴할 수 있으며, 진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차원적 눈가리개를 제거하게 된다.

다음으로, 맥락의 원칙에서 천성보다 맥락을 중요시한다. 두 아이의 공격성 척도 질문지 평가에서 거의 같은 수준의 공격성이 나타났다. 하지만 한 아이는 또래에게는 공격적이었으나 어른과 있을 때는 온순했다. 반면에 다른 아이는 어른과 있을 때는 공격적이었으나 또래와 있을 때는 온순했다. 여기서 공격성은 두 아이 성격의 본질 아니며 어떤 상황적 맥락이었냐가 중요했다.

끝으로, 경로의 원칙에서 인간이 기어 다니다 정상적으로 걷는 과정에 경로는 없었다. 생물학적이든 정신적, 도덕적, 직업적 발달 과정에서 정상적 경로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개인의 발달 과정에서 사다리는 존재하지 않으며, 발달의 그물망만 지니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는 것이다.

토드 로즈는 피터 몰레나의 말로 이 책의 서문을 엶과 동시에 결론에 도달한다. ‘개인은 장소와 시간을 거치며 진화하는 고차원 시스템이다.’라고….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