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지난 8월 말 충북국제교육원 팀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10월 초 쯤 다문화 관련 간담회를 계획 중인데 스케줄과 겹칠까 봐 미리 조정”한다는 주문이었다. 미적대지 않고 그 답 문자로 날렸다. 이튿날, 조율된 날짜를 다시 확인하고 열흘 쯤 지났을까. 이번엔 부장 전화였다. “애초, 통보한 참석자 외 추가 발생 인원”을 체크 했다. 공교롭게도 우리 대통령의 ‘영국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차질과 유엔 연설·순방외교’등 ‘뒤엉킨’ 뉴스가 쏟아진 때와 맞아떨어져 충청북도교육청 직속기관인 플랜 1,2,3의 디테일(유비무환)한 ‘국제’급 품격에 완전 반해버린 거다.

◇차라리 침묵했더라면

‘외교 홀대, 졸속 준비?’로 시끄럽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2년 9개월 우여곡절 끝, 뉴욕) 일단 대화의 물꼬는 텄으나 ‘회담’이냐 ‘간담’이냐를 두고 설왕설래다. 순방 출국 전 대통령실의 "한일회담 흔쾌히 합의" 브리핑(플랜1)에 “그런 일 없다(일본 측)”며 딱 잡아뗐던 바다. 더군다나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는 48초짜리 초미니 축소 회동이었다니 윤 대통령·수행자(일행) 모두 황당무계했을 터, 기자 대부분 ‘참사’로 읽었다. 국빈 의전의 ‘홀대’요 ‘무시’같아 부아가 치민다. 챙길 건 다 챙겼던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선물(수십조 원 대미투자)은 넘쳤고 답례는 그랬다. 당장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차별 등 수두룩한 현안 문제를 비껴가며 손님 심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찌끄레기(찌꺼기의 비표준어)’로 원생을 비하하다 법정(아동학대 혐의)에 섰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던 2세 피해자’란 탄원서를 받아들여 1,2심 무죄선고 됐으나 파장은 길었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도 매한가지다. 아무리 우리끼리(사석) 한 말이라고 하지만 잠시 침묵했더라면 설화가 안됐을 텐데….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국민이 판단할 몫까지 덜컥 ‘토(부연 설명)’를 달았다. 어찌됐든 ‘본질과 다른 듣기였다’며 역정을 내니 정치 생리상 더 거품을 문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뭍에 있을지언정 출어 준비로 눈코 뜰 새 없는 게 어부다. 암만 생각해도 담당 공직자들의 선방 감각은 어지간히 무뎠다. 대통령실 플랜 자체가 어설펐고 외교라인 역시 선무당 아녔나. 수행원들조차 ‘거기서 거기’란 질책을 어떻게 항변할 텐가. ‘국격 어쩌고저쩌고’ 백날 얘기해 봤자 ‘엎질러진 물’이다. 차제에 인력풀부터 다시 짜되 ‘균형 잡힌 전문성’에 강수를 둬야 한다. 이런 요구는 몇몇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대중적 호통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 수송부 생활 철칙처럼 리허설과 플랜1,2,3은 돌발 상황의 대비다. 지금 세계는 나라마다 완벽하게 ‘이니셔티브’를 쥐려 발버둥을 친다. 국제무대의 전략기조, 까딱하다간 동맹과 등지고 우방과 멀어질 수 있다. 초당적으로 머릴 맞대고 ‘국익’의 A,B,C부터 서둘러도 모자랄 판에 언제까지 ‘말 말 말’ 정쟁(경색국면)으로 민생을 외면할 셈인가. 때를 놓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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