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이야기] 동중영 정치학박사·한국경비협회 중앙회장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2020년 중소기업 기본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다. 전체 기업 종사자의 81.3%도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국가 경제의 뿌리이자 핵심이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다. 중소기업이 성장한다면 우리 경제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둥을 얻게 된다. 국가가 중소기업벤처부를 장관급 부처로 비중을 두고 운영하는 이유도 중소기업의 중요성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6일 중소기업벤처부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명의로 고시된‘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지정에서 시설물경비서비스 품목의‘무인경비업’을 제외했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을 구매할 때 중소기업(자)만 대상으로 하는 제한경쟁 또는 중소기업자 중에서 지명경쟁 입찰로 조달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한 중소기업보호 공공구매제도이다. 중소기업벤처부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이 제도를 시행해오다 돌연 빼버렸다. 이는 법률 취지와 다르게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 중소벤처기업부라는 이름이 무색한 결정이다. 아무 대책 없이 대기업 중심 정책을 펴면서 중소기업지원정책을 폐기하는 결정은 무인경비업계의 중소기업인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다. 중소무인경비업계에 사형선고를 내린 상황처럼 느껴진다.

현재 각 경찰청에서 허가받아 운영하는 국내 무인경비회사는 143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대기업 3개 사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다. ‘독과점 시장’이다. 중소기업 생존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다른 국가는 중소기업끼리 연대하여 조합을 만들어 대기업과 맞설 수 있도록 수의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취지와 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무인경비업에서 중소기업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길 때까지 육성·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 독점은 무인경비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인경비시스템 운영 장비를 공급하는 제조업계의 타격도 심각해진다. 대기업 제품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고객 입맛에 따라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제조중소기업도 제품수요처를 못 구해 큰 피해를 받게 된다. 국내 시장 위축은 경영악화를 불러온다. 이는 외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다. 업계와 연관된 직원 일자리도 함께 없어지게 된다.‘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지정 ‘시설물경비서비스’ 품목에서‘무인경비업’을 반드시 재지정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폐기정책 유지는 독과점 대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같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649개 품목을 심사위원 15명이 하루 만에 찬반 투표로 결정하는 졸속 행정을 멈춰야 한다. 중소기업벤처부는 합리적인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주장한다. 수많은 품목별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기는 진행 일정상 애초에 불가능함을 안다. 그러나 찬반투표 결과에 해당 기업의 생사가 달려있다. 많은 직원의 생계가 걸려있다. 그렇다면 경비업 발전과 복지 향샹을 위해 경비업법에 의해 설립된 전문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경비협회’나 ‘무인경비협동조합’과 최소한의 의견 조율을 거쳐야했다. 어떠한 자문, 의견요청, 심사요청도 없었다. 한마디로 업계 의견을 무시한 행위다. 이론뿐인 비전문가끼리 주먹구구식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해‘무인경비업 제외’라는 결과를 내놓고 위원회 결정 사항이라 주장한다면 업계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공무원이 책임을 면하고자 위원회 결정을 핑계로 삼는 일은 이미 오래된 구태일 뿐이다. 모두 쓰러지기 전에 중소기업벤처부는 졸속으로 비전문가에 의해 결정된‘중소무인경비 폐기정책’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한 번 무너진 도미노는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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