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시스템 부재 속속 드러나
국민안전대책, 국가가 답해야

▲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2022년 10월29일 밤,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이태원을 찾은 15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사상과 진영을 떠나 이 같은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린채 무거운 침묵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 5일로 종료된 국민애도기간을 보내며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담보해야 할 정부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물음표였다.

한명이라도 더 살려내야한다는 절박함에 구급대원과 경찰, 일반 시민들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 국가안전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장은 물론, 수십여 차례나 접수된 112 구조요청에도 화답하지 못한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심지어는 축제를 앞두고 대형사고가 우려된다는 관할경찰서의 정보보고 또한 삭제된 사실까지 확인됐다.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정부의 대책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사고의 원인규명보다 수습이 먼저'라며 시작된 국민애도기간 중 분향소에 내걸은 추모 문구는 물론, 정부 산하 전 공무원에게 착용을 권고한 근조리본 또한 또 다른 논란거리로 비화됐다.

'참사'라는 말 대신 '사고'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간단해보인다. 참사는 말 그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비극적인 사고'를 뜻한다. 하지만 사고라는 의미는 '뜻밖에 일어난 불행한 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근조 리본' 또한 마찬가지다.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한다는 의미로 착용한 리본에 '근조'라는 문구를 넣지 않기로 한 것은 물론,  '희생자'라는 단어 대신 '사망자'라는 단어를 사용토록 한 정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정부 관료들이 남긴 언행 또한 신중하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관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한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말은 곧 이번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시각과 수준이 민심과는 얼마나 동떨어졌는지를 방증했다.

'셀프수사'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명확한 책임소재를 가리겠다는 경찰의 수사의지와는 별개로 현 정부가 놓친 대목이 있다.

분향소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그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112와 119와의 공조와 소통, 유사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보고와 지휘체계, 보다 빠른 현장대응 능력 등 무엇이 문제였는지 진단해야 한다. 그 같은 규명작업이 신속히 이뤄진 후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묻는 수순을 밟으면 될 일이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용산구청장, 경찰청장 등은 이번 참사를 마주한 의식 수준이 '함량 미달',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유도 모른채 꺼져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는 한 이 정부는 '10월29일, 국가는 없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음표보다는 느낌표, 그리고 국민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바라는 것, 이젠 국가가 국민에게 대답할 차례다.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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