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우리 지역의 진천과 청주에서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되었다. 이는 전국적으로 올가을 들어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의 일곱 번째 발생사례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AI가 발생 된 점과 과거에 확진 사례가 없었던 경북 예천과 오리 사육이 많은 진천군에서 발생 된 점 등을 고려하여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현행 500m 내 전 축종은 물론 오리 농가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500m~1km 오리 추가 살처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금년도 AI의 발생은 예년에 비해 더욱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일 것이다.

대만 국립 핑등 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은 지난 27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AI 바이러스는 차가운 북풍을 타고 이동하며 철새의 이동과도 관계가 있다는 점을 연구에 의해 확인했다는 것이다.

찬 바람이 불면서 날아온 조류인플루엔자는 이젠 확산을 막지 못하면 많은 어려움을 가져올 것이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사태로 물가가 고공 행진을 하는데 AI의 확산으로 많은 산란계가 살처분된다면 우리는 또 지난번 AI 때 겪었던 계란 사태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2016년 11월 16일 전남 해남에서 최초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이듬해 2월 20일까지 불과 100일 만에 3,314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고 이중 산란계는 우리나라 전체 산란계의 30% 이상이 살처분되면서 달걀 가격이 100% 이상 폭등하는 일이 벌어지자 미국산 하얀 달걀을 수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계란 값의 폭등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사료를 공급하는 사료업계, 육가공 업계, 병아리 부화 업체 등이 모두 어려움에 빠지면서 총체적인 고난을 겪었던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날씨가 추워지면서 더 기승을 부릴 것은 뻔한 사실이기에 사육 농가의 철저한 예방수칙 준수는 기본이고 민관이 합동으로 철저한 방역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를 특별 방역 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방역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어려워진 경제 여건과 인플레이션 여파로 모두가 어려운 시점에 찾아온 AI는 자칫 우리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찾아온 AI를 우리는 힘을 모아 막아내야 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혈청형은 크게 A형, B형, C형 으로 분류되는데 B형과 C형은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이고 A형 바이러스는 사람을 비롯하여 닭이나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와 다양한 척추동물에서 발생된다. 즉 AI는 A형 바이러스로 다양한 아형이 있는데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혈구응집소의 특성에 따라 H1부터 H16까지 16종이 있고 뉴라미니다아제라는 효소가 나타나는 표면 단백질의 특성에 따라 N1부터 N9까지 9종의 아형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AI 바이러스가 H형과 N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면 이론적으로 총 144종(16x9)의 아형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AI는 그 형에 따라 인간에게도 감염되는 인체 감염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류에는 144종의 아형 모두가 감염될 수 있지만 조류의 종속에 따라 감수성과 질병 발현 정도는 각기 다른데 오리, 도요새 등의 물새류가 감수성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인체 감염이 이루어지는 아형은 H1, H2, H3형이 주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근래 들어 H5, H7, H9형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역사적인 사례를 보면 1918년 스페인에서 발생하여 그 이듬해인 2019년까지 5천만 명 정도를 사망하게 했던 스페인 독감의 병원균을 조사해보니 H1N1이라는 AI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2020년 12월부터 2022년 1월 사이에도 전 세계적으로 77건의 인체 감염 사례가 확인됐는데 중국에서는 H5N6가 32건, H9N2가 27건 발생한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H5N1형 AI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863명이며 이 가운데 456명이 사망하여 치명률이 53%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감염된 자수는 조류나 가금류와 장기간 밀접하게 접촉하다가 감염되었으며 일반 대중의 감염위험은 낫다고 한다.

결국 오리나 닭 등의 가금류를 직접 사육하는 농업인들의 경우는 감염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워지는 날씨와 함께 찾아온 AI는 꽁꽁 얼어붙은 경제에 찬물을 붓는 악영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농가의 철저한 방역 수칙 준수는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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