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연수원장 아동문학가 

"성산포에서는 / 푸른 색 이외에는 손대지 않는다 / 성산포에서는 색맹일지라도 /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이생진의 '색맹'이 귀에 꽂힌다. 일 년 제사 열 번에 팔남매 뒤치다꺼리, 비록 서툰 감정일망정 여섯 며느리 흉은커녕 고부간 색맹처럼 만만한 어머니셨다. 요즘 부모들 겉보기엔 그럴싸한데 화를 달고 산다. 그러다 초심을 먼저 잃는 쪽은 부모다. 대화라도 좀 쫀득하면 좋으련만 자녀 시험기간엔 한사코 더 치사하게 군다. 대입 수능 일주일 앞, 생체 리듬을 맞춘 컨디션 유지에 몸살 날 정도로 초비상상태다. 내면의 행방은 '혼자 걸어가는 사람'인 냥 묘연해진다.

 ◇방하착(放下着) 교훈

아이를 키우며 자빠질 뻔한 경험, 어디 한두 번이랴. 세상 부모가 그렇다. 시험장 창문에 매달려서라도 대입수능 커닝을 도와주고 싶은 극단(과도한 집착)도 과언 아니다. 우연인가 싶었는데 각종 도덕적 언설을 앞세워 공정을 부르짖던 교무부장·국회의원·장관·장관 후보자까지 시험지 유출·부정 채용·허위 스펙·편입학 불공정 등 이른바 '음서(蔭敍)제도'를 뺨치다 큰 코 다쳤다.

부모 관직(힘)을 이용해 무시험 특별채용(고려 목종)하던 방법과 일부관원이 청탁을 받고 시험 주제를 미리 유출해 부정 합격시킨 (조선 숙종·기묘과옥)' 변종 '부모찬스' 아녔나. '내려놓아 둔다. 비운다'란 뜻의 '방하착(放下着)'과 먼 일종의 '문벌귀족 만들기'였다. 해서는 안 될 귀신 곡할 잘못을 저지르느라 무진 애를 썼다. 그래놓고(음협 꼼수) "단언컨대 어떤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 고 외려 천착(舛錯)스런 연금술로 씩씩 댄다.

뭐가 억울할지 몰라도 유죄 판결문까지 뭉개려하니 아차 싶다. 아이들은 솔직한데 딴 짓하는 부모, 더 큰 걸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장 디딤돌, 자주 넘어지고 구를수록 호된 겹 시련을 견뎌낼 만큼 당찰 터, 부모 스스로 꼿꼿한 '결기'를 주문한다면 너무 가혹한가.

◇ 부모 버전

정체성을 아는 사람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허준이 교수가 한국계 최초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받고,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손흥민 선수의 오늘이 있기까지 부모 교육관은 글로벌 관심사다.

허 교수 부모는 한때 자기 자식도 남들처럼 과학고에 진학하여 국제올림피아드 금메달을 욕심냈으나 큰 스윙 대신 '고등학교 자퇴·검정고시' 등 유니크(Unique·자율성)'로 생각을 바꿨다. 손 선수 아버지도 "화려한 기술에 앞서 급하다고 뛰어넘지 않고 인격적으로 사람이 되는 것"부터 초점을 맞췄다. 그라운드 매너를 강조했다.

'든 사람보다 된 사람'과 상통한다. 아이가 어떤 선생님 수업에 불평할 때 득달같이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퍼부어도 달라질 게 없다. 다른 친구 대부분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 있잖은가. 부모 역할, 한마디로 꿈꾸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작물도 '조생(빨리 성숙함)·중생(중간 정도)·만생종(성장·성숙이 느린 품종)'으로 나뉘는데 자녀를 무조건 조생종(早生種)으로 닦달하는 부모부터 업그레이드 돼야 반전도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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