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11월 들어 코로나19 팬데믹도 꺾이고 날씨도 가을이 깊어가면서 선선해지자 여기저기서 결혼식 참석을 요청하는 청첩장을 받게 된다. 지난 주말에는 친척 결혼식이 있어 결혼식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다음 달에도 절친의 장녀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새로운 구성원을 맞는 자리로 양가 친척과 지인들에게 사회적 연결망을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하여 당사자의 의사보다는 부모님과 주변의 의견이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 고가의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비용이나, 혼수 등 보여주기 위한 결혼식이 굳어져 결혼식을 하기도 전에 정작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혼부부들은 큰 피로감에 힘들어한다.

최근 이런 획일적인 결혼 문화에 '스몰웨딩'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다. 스몰웨딩은 '규모가 작은 결혼식'을 뜻하는데 기존의 결혼식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 먼저 결혼식의 절차에서 주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주례의 획일화된 장문의 연설은 많은 하객과 당사자에게 지루함만 줄 뿐, 의미를 찾기가 힘들었다.

반면 스몰웨딩에서 주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신랑, 신부의 아버지가 덕담을 낭독하거나 신랑, 신부가 대회 선서하듯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객들 앞에서 다짐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부모님께 직접 쓴 감사의 편지를 읽기도 하며 하객들을 위해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는 본인들 결혼식에서 신랑과 신부가 수동적인 위치에서 능동적인 주인공의 위치가 되고 있음을 뜻한다. 결혼에 초대되는 하객의 범위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신랑, 신부 양측 모두 최대한 많은 하객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특히 축의금 문화로 인해 부모들은 많은 하객을 선호했다. 부모 세대에게 결혼식 참석은 진정한 축하의 의미보다는 이전에 받았던 축의금에 대한 보답 차원의 품앗이 성격이 강하다. 그로 인해 결혼식은 정작 신랑과 신부 본인들은 모르는 하객들이 더 많다. 

예비부부가 가진 큰 스트레스 중 하나는 하객 동원이라고 한다. 마음으로는 소규모의 결혼을 꿈꿔도 주변 시선을 생각해 망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몰웨딩은 규모가 작은 결혼식이기 때문에 한정된 인원만을 부를 수 있어 자신이 정말 축하받고 싶은 사람만 초대할 수 있게 한다.

스몰웨딩을 선택하는 부부들은 최대한 많은 하객을 동원해 축의금을 걷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받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결혼의 장소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결혼식은 예식장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예식장을 벗어나는 예비부부들이 많다. 대량의 하객을 부를 이유가 없어지면서 굳이 대규모의 전문적인 결혼식장을 찾을 이유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야외나 작은 식당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장소의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오랜 세월 견고하게 유지되던 결혼식 풍경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가족 중심에서 부부의 친구나 지인 중심의 결혼식으로 바뀔 것이며 결혼식의 형태 또한 신혼부부의 상상력에 따라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사회적인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러한 결혼식 문화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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