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다. 붉은색 단풍나무도 눈길을 끌지만, 황금빛 은행나무는 더없이 품위 있고 우아하다. 산책길에 자그마한 공원에 들어서니 은행나무 아래 벤치가 나를 기다린다. 장의자(長椅子)에 앉아 위를 보니 온통 황금빛이다. 머리, 어깨와 무릎에 노랑나비 같은 은행잎이 몇 잎 내려와 귀엣말한다. 이른 봄에 앙증맞은 연두색으로 태어나 시나브로 자라나 따가운 여름 볕에 열정을 불태우며 소임을 다한 잎들이 아니든가. 언제까지나 고운 자태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머지않아 하나하나 떠나 앙상한 가지만 남을 나무들을 생각하니 애처롭고 명상에 잠기게 한다.

명상(冥想)은 생각에 집중하고 마음을 훈련해 자신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수행법으로,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것부터 지혜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목적까지 다양한 범위에서 활용된다. 명상에는 집중 명상, 초월 명상, 마음 챙김 명상 등이 있는데 더 연수하겠다.

명상은 왜 할까. 필자는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심리를 전공해서인지 이에 관심이 많고 틈틈이 명상 수행을 하고 있다. 우리가 명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스트레스를 감소하기 위해서이다.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부신 겉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하나) 수치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수면을 방해하고 우울과 불안을 조정하는 등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명상은 스트레스로 인한 염증반응 등을 줄일 수 있다. 피로, 불안, 통증 등을 감소하는데도 도움을 주며, 수면 장애를 개선하고 정신 건강 증진, 집중력 향상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 밖에도 마음 건강을 챙기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니 명상을 더욱 성실히 해야 하겠다.

명상하는 방법은 왕도가 없는 듯하다. 다양한 형태의 명상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누구나 시도할 수 있으며, 어떤 운동처럼 특별한 기구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명상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외부의 자극이 없는 공간을 선택하는 게 좋으며,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음악이나 명상 가이드를 틀어놓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

명상할 때는 최대한 가벼운 복장으로 스트레칭한 후 본인에게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한다. 명상에 적합한 시간은 약 20분으로, 처음 명상을 할 때는 5~10분 정도로 시작해 점점 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처음부터 오랫동안 하다 보면 지루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초월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이다. ‘마음은 왜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까?’ 마음은 방과 같다. 마음을 두 개의 방으로 나누면, 큰방은 주인방, 작은방은 손님방이다. 마음방의 원래 주인은 ‘행복한 나’인데, 가끔 손님으로 짜증, 수치, 죄책감, 질투 등의 번뇌가 찾아온다. 이 번뇌들은 손님방인 작은방에 넣어두면 된다.

짜증이 나는 순간 ‘지금 짜증이 나지만, 행복한 나는 항상 여기 있어.’라고 알아차려야 한다. 수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순간 ‘수치스러운 느낌은 손님일 뿐이다. 주인인 행복한 나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아.’라고 알아차리자. 마음방을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뿐이니까. 인(因)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고, 연(緣)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다. 인과 연이 모일 때마다 내 마음에 놀러 오는 번뇌라는 손님을 두려워하지 말고, 피하지 말자. 주인인 나는 큰방을 지키며 행복한 상태를 유지하자. 너는 너, 나는 나! 마음방에서 손님이 뭐라 하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행복하게 지내는 단련을 하자.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행복의 뿌리가 깊고 튼튼해지도록 생활 속의 명상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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