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아동문학가

"폼 나게 살 거야 멋지게 살 거야 어차피 사는 세상 / 하루를 살아도 내 사랑 백년을 살아도 내 사랑 나는 나는 네가 좋더라 / 이제부터 폼 나게 살 거야 ~/ 따라와 따라와 아무 걱정하지 말고 따라와~" 콤플렉스를 노래로 극복한 신토불이 가수 배일호의 맛깔 나는 폼은 '만세'다. 

필자의 경우, 고등학교 입학 두 달 무렵 1년 차 상급생 다섯한테 끌려 학교 뒷산 후미진 묘지 쪽으로 포위됐다.  "개폼' 잡는 XX …" 다짜고짜 '훅'을 몇 대 맞고는 잔뜩 졸(쫄)고 말았다. 걸음걸이가 몹시 불량하다며 '일주일 동안 교정' 명령(?)까지 내렸다. 거사를 겪은 뒤, 학폭 가해자와 마주칠 땐 어깨·복부에서 바람을 뺀 채 아예 멈췄다. 그럴 때마다 'okay' 사인은 짙었다. 한데 내게서도 반백 년 전 선배들 유전자를 만난다. 정치권 '폼'이 너무 눈꼴 시리거니와 또 중언부언(重言復言) 펀치를 덧대는 것부터.

◇ 마구잡이 언어

어이없는 이태원 참사, 수만 인파가 생사 갈림길에서 아비규환(阿鼻叫喚) 일 때 치안과 안전을 담당한 최고 책임자들 대처 정황은 오십보백보로 자유분방했다. '나도 사람인데 …' 휴일 권리쯤 툴툴거리듯 꽁하게 들렸다. 그 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식 브리핑은 거센 후폭풍을 불렀다. "경찰 배치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1차)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2차) 수백 번 용서를 빌며 '전부 제 탓이오' 로도 모자랄 판에 '폼생 폼사 (form生form死)' 라니 믿기지 않았다.

공직자는 국민안전의 무한 책임자다. 더군다나 책임 장관으로서 총체적 수습보다 폼 재며 빠져 버릴 궁리가 그리 중했을까. 정치권은 어땠나. 여야는 성찰 및 대응 공조는커녕 지레 선을 긋고 맞불 경계를 펴왔다. '본질 왜곡·편향' 맷집·뱃심, 결국 뼈아픈 반성·울림조차 없었다. 당장 처리해야 할 첩첩현안은 '나 몰라라' 별 걸 다 도매금으로 묻으려 첨예한 대립을 불사하고 있다. 엉뚱한 정치놀음에 국민 고통지수만 높아가는 것 같아 떨떠름하다.                                

◇ 말보다 실천

공복(公僕), 뒷짐(무사 안일·적당주의·철밥통) 뒷북치기 같은 관행적 수사(修辭)를 매달고 사는 몇몇 사람 빼곤 불변의 국력이었다. 담당 업무마다 100% 완벽은 어려우나 완장(계급)을 폼의 악세 사리로 착각하면 문제가 생긴다.

지난 19일 당진영덕고속도로 탄부터널 인근에서 승용차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암행순찰 중인 경찰은 이 상황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직무유기)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다른 버스기사는 차를 세우고 자동차용 소화기로 진화를 서둘렀다는 사실 앞에, 백날 앉아서 '책임·안전'을 외친들 먹힐 리 만무하다.

그렇다고 꼭 집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끄러움부터 느껴야 바뀐다. 재상도 벼슬 잃고 나면 '그 때 정신 차릴 걸' 무릎 친단다. 위험과 사고는 항상 우리 곁에 있다. 세밑, 군데군데 사각 천지다. 지금도 누군가는 밤새워 안전한 나라를 만든다. 이범석 청주시장의 5자 성어 '말보다 실천' 유비무환 시정에 안심하는 이유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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