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가 "지출 많고 노후준비 부족"
공공형 일자리 등 경력단절 막아야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베이비부머 시대에 이어 은퇴를 준비해야 할 50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치솟은 대출금리에 소비자물가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날로 늘어만 가는 빚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위원회가 지난 1일 발표한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주가 50대인 가구의 부채 보유액은 평균 1억763만원으로 1년 전 대비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연령 평균치인 4.2%보다 높고, 30대 이하(2.1%)와 비교시 무려 3배가 넘는 수치다.

그렇다면 50대 가장들이 왜 이처럼 많은 빚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녀들에 대한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60대에 비해 50대는 출산 연령이 늦어지면서 자녀들의 독립 전까지는 부담해야 할 생활비 지출이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은퇴 후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는 60대 중반을 전후로 공백기간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자식부양에 올인한 50대 가장들은 정작 자신들을 위한 노후  준비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주택구입과 전세자금 등 날로 늘어만 가는 대출이자 부담에 생활비 마련을 위한 마이너스 통장까지 끌어다 써야만 하는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연령별 마이너스 통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50대는 올해 마이너스 통장 개설건수가 4만4000좌에 달했다. 소득과 관계없이 전체 연령층 중 22.2%를 차지했다. 50대 평균 대출금액인 1억763만원의 연간 대출 이자만 평균 575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1년 전 372만원에 비해 203만원(54.6%)이나 증가한 금액이다.

길어야 10년 남짓 남은 은퇴를 앞둔 50대들의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은 금융이자 외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 부담이었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2022'에 따르면, 학업을 완료하지 않은 중·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를 둔 50대는 매달 지출하는 교육비가 전 연령층 중 가장 많았다. 교육비 114만원과 용돈 35만원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150만원 가량이 자녀에게 나가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속에 은퇴를 앞둔 가구 중 57.2%가 '생활비 부족'을 호소했다. 연령을 막론하고 실제 은퇴 연령은 62.9세로 예상보다 빨라진 가운데 은퇴를 앞둔 가구 10 중 6곳 이상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 이들이 기댈 곳은 공적연금(기초연금 또는 국민연금)이 유일한 수단이다. 이 같은 현실과는 달리 정부는 국민연금 분담률을 조절하고 수급시한을 늦추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을 예고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갈수록 빨라지는 고령화, 그리고 은퇴 후 공백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벼랑 끝까지 몰린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력단절을 메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양질의 공공형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만이 위기에 몰린 가장과 세부담에 버거운 자녀세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해법이자 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