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규제완화 효과 미지수
실수요 계층 지원책 마련 필요

장중식 논설위원
장중식 논설위원

서울과 수도권, 지방을 가리지 않고 집값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전국 기준 집값은 3.5%, 아파트값은 5%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두자릿수 이상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이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 자료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IMF는 한국의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른만큼 오랜 기간에 걸쳐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부동산 시장에 아직까지 '금리 인상' 요인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기가 적게는 6개월에서 1년이라고 볼 때 치올해 기준으론 2%p 넘게 오른 기준금리가 시장에 반영되는 내년에는 집값이 2% 가까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규제완화와 세제개편이란 카드를 또 다시 꺼냈다.

정부는 먼저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또는 완화에 이어 취득세 중과까지 없애겠다고 발표했다.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중과세 폐지하고 임대사업자 등록제 부활 등 시장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를 통해 현 정부는 이 같은 의지를 재확인하고 빠르면 연말 이내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까지 앞장서서 규제를 서둘러 풀겠다고 밝힌 배경은 국내 경제 상황이 복합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유동성 자금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부동산에서 집값·전셋값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가계파산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청약시장 위축에 미입주사태로 인한 건설사의 연쇄도산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아파트 공급 부족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규제보다는 시장의 논리만이 해법이라고 판단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정책이 차별화되지 못한 데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폐지가 매매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정부 판단도 존중하지만 실제 시장에 매물로 이어질 수 있는가도 여전히 의문형이다. 이와 함께 세제와 대출완화에도 다주택자들이 내 놓은 물건을 받아줄 수 있는 수요가 얼마나 되는 지에 대한 분석은 아직까지 보이질 않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집값이 고점을 찍은 지난해에 1주택자가 된 사람은 무려 10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집값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내놓은 물량을 무주택자가 고스란히 받아냈다는 방증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차별화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택소유 숫자와는 무관하게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 보다는 실거주 목적의 매수자와 임차인과 대한 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고 원리금 상환방식이 아닌 거치형으로 바꿔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거래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을 살피는 일이 먼저다.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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