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청 산하 색소폰을 사랑하는 교직원과 퇴직자를 중심으로 ‘에듀색소폰오케스트라’를 조직하여 활동한 적이 있다. 매주 주말 시간을 활용하여 함께 연습하고 교육 발전과 문화예술 대중화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연말이 다가오면 대공연장을 대관하여 정기연주회를 하거나 상대적으로 문화예술이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공연을 하기도 하였다.

교직에 들어 오자마자 아이들과 친밀하게 어울리는 방법에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 끝에 기타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선배 교사와 함께 가까운 기타학원에 등록하고 몇 달 다녔지만, 도무지 실력이 늘지 않아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노력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배워야 한다는 절실함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후 악기에 대한 관심을 가질 만큼 시간적 여유가 넉넉지 않았다가 40대 후반 우연한 계기로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색소폰에 입문한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래도 악기를 놓지 않고 지속해서 연주 실력을 닦아온 것은 내 삶의 최대 행운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가운데 얼만 전에는 함께 해 왔던 동호회 회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색소폰 음악실을 개원하는 영광스러운 일까지 있었다. 색소폰은 내 인생의 첫 자리를 차지하여 절친한 친구가 될 뿐만 아니라 내 영혼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

색소폰은 중장년층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악기로 주목받는다. 아울러 건강에도 유익하여 연주하는 즐거움을 넘어서서 최근에는 반려 악기 및 힐링과 치유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색소폰을 연주하는 사람 중에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많지 않다.

첫째, 색소폰 연주는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모든 손가락을 활용하여 연주하다 보니 자동으로 손가락 운동이 되어 인지능력과 집중력 좋아져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색소폰 연주는 복식호흡이 중심이 되므로 폐활량이 늘고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복식호흡으로 이루어지는 색소폰 연주는 자연스럽게 폐 기능을 강화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셋째, 색소폰 연주는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복식호흡으로 산소가 폐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니 혈액이 맑아지고 산소포화도가 높아진다는 의학 논문이 있기도 하다.

넷째, 우울증 극복에도 효과가 있다. 여가활동으로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말을 이미 잘 알려졌지만, 악기 연주자의 병원 방문 횟수가 적고 우울증을 겪는 사람도 적다는 통계도 있다.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위안과 성취감은 우울증을 멀리 쫓아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한 노후를 위하여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기능적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전술한 것처럼 색소폰은 여러 가지 악기 중에서 중장년층이 배우기가 가장 쉽다. 이러한 면에서 색소폰은 여생을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자신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늘 당장 색소폰 하나를 구입하길 권한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투자로 행복지수를 확실하게 높여줄 것이다.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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