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아동문학가 

밤사이 내린 눈을 밟으면 / 하얀 건반 타고 나오는 노래 / 소복눈 소복소복 발등 위에서/ 풍선처럼 불어나는 높은 음자리 / 눈가지를 내려앉아 두 발로 찍고 / 신기하다 짹짹짹 '도 레 미 파 솔' /  필자의 동시 '겨울 건반'이다. 

설렘으로 시작된 한해가 어느새 자욱 눈과 함께 저문다. 흰 눈 수북하게 쌓인 날 아침의 신나고 벅찼던 옛 동심으로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만 평범한 덕담조차 굴곡의 떨림 같다. 나름, 4자 성어 '막무가내(莫無可奈·융통성 없는 고집)'와 뉴스 세 가지를 건졌다. 올해 톱은 단연 대선 결과다. '더불어민주당 20년 집권 장담'이 5년으로 당겨졌고 '공정·상식'을 겨냥한 윤석열(국민의 힘) 정부를 탄생시켰다. 아직 코로나도 미적거리며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당장 우리나라 수출 효자 종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더블 트러블(판매가 하락·수요 감소)' 과 경상수지적자까지 널브러져 큰 걱정이다. 정말 이대로 괜찮겠나.  

◇이판사판

두 번째 뉴스는 이태원 참사다. 여러 뼈아픈 재난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인재(人災)…' 달라진 게 없었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언필칭 법을 만든다는 입법부가 엉뚱한 이슈를 끌어들여 무소불위(협잡꾼 행세)하면서 국정을 마비시키니 무슨 말로 애꿎은 슬픔을 위로하랴. 물론, '설마 설마…' 숱한 법 밖 위험 모두를 커버하긴 어렵다.

소위 지휘부(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용산 구청장·경찰서장)의 해명도 석연치 않다. '애도기간 중 정쟁은 멈추자'던 정치권 역시 은근슬쩍 갈등을 부추겨 노골적인 상식 밖 다른 계산에 전념했다. 겉으론 민생을 챙기는 척, 명분도 결론도 뒤죽박죽 고통지수만 높여놨고 깜냥껏 버텨왔다. 실체적 진실과 달리 부딪히고 긁고 쏘는 쌈박질, 벼랑 끝으로 비유하고 있다. 실체를 묻으려 하니 배신감을 느낀다. 

'과이불개(過而不改·전국교수선정 사자성어)'의 무한 대치로 국민은 울화통과 피로감이 깊은지 오래, 정치권부터 깨어나야 할 텐데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쥐어짜봤자 '카타르 축구'를 당할 뉴스는 안 잡힌다.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 16강 신화를 쓴 태극전사의 다큐멘터리, 순간 참았던 부아가 폭발하듯 "대~한~민~국" 최고 감동으로 발칵 뒤집혔잖은가. 

◇우리는 꿈꾼다

하루 15분 정도 웃었을 때 엔도르핀 호르몬이 생성돼 건강해진다는데 그 쉬운 투자조차 옹색한 세상이다. 결국 '공존'에 단단히 문제가 생긴 거다. 무 배추 당근 갓·고추 마늘 생강+소금과 젓갈, 버무리고 서서히 삭히면 비로소 개체보다는 함께 김치로 맛 들어가듯 닮아갈 순 없을까.

생전의 아버지는 8남매에게 족칠 일 앞에선 오히려 스스로 '앞가림' 하도록 맞장구를 쳐 주셨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쁨은 희망에서 비롯되거늘 이해·양보하고 사과와 용서, 반성과 화해를 통해 정치 합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꿈꾼다. 무릎 치며 더러 웃어 볼 새해를 이미 땅겨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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