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잊혀져가는 풍경 ④ 23년간 바느질하며 살아온 강충열씨

-청주 상당구 북문로2가 대림라사

정장 한 벌을 완성하기 위해 8000번 이상의 바느질이 필요합니다. 맞춤양복은 단순한 옷이 아닌 하나의 작품입니다수년 전부터 기성복에 떠밀려 설자리조차 없는 수제 양복점은 이제 소수의 특수 체형 젊은이만이 거의 유일한 고객이다.

청주 상당구 북문로2가에서 23년동안 한 자리에서 '대림라사'라는 간판을 걸고 바느질을 해 온 강충열씨(55).

25살 되던 해 군대를 막 제대한 강씨는 무작정 돈을 벌기 위해 당시 양복점을 운영하던 작은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양복점 일을 배웠다"며 "그 후 밤을 새워가면서 열심히 일해 7년만에 대림라사를 차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한창 양복점이 잘 됐을 때는 재봉사 5명을 고용해 작업을 해도 주문량을 소화해 내기가 힘들었다"며 "특히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는 새 옷을 맞추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고 회상했다.

1980년 대 당시 하루 평균 15벌의 정작을 만들던 대림라사는 요즘 한달 주문량이 15벌도 되지 않고 일했던 재봉사들도 하나 둘 씩 떠나 각자 세탁소나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강씨가 처음 양복점을 운영할 때 맞춤정장 한벌의 가격은 10만~35만원이었으나, 지금은 55만~170만원으로 5배 정도 올랐다.

가격에서 기성복과 경쟁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씨는 최근 맞춤정장과 함께 기성복을 판매하는 회사와 연계를 통해 가격을 낮춘 'easy-order 시스템'을 병행하고 있다.

정씨는 "맞춤양복에는 기성복의 획일성을 초월한 남다른 감성이 존재한다"며 "단 한 사람을 위해 치수를 재고, 재단하고, 봉제를 해 완성된 양복을 고객에게 전해줄 때 그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바늘을 손에서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영헌기자 sme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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