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칼럼] 오병익 전 충청북도단재교육원장· 아동문학가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8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려 오거든~~/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나이가 대수냐~~" 어른의 포지션이 짙게 깔린 철지난 유행가를 부르며 새 달력을 걸었다. 어렸을 적 아랫목 벼름박에 떡하니 붙었던 한 장짜리(국회의원 사진이 가운데 찍힌)부터 영화배우 김진규·남정임을 거쳐 아예 날짜만으로 깔끔해지기까지 달력의 수난사도 만만치 않았다.

오바마(전 미국대통령)는 '헤어질 결심(박찬영 감독)'을 2022년 최고 영화로 꼽았다. 필자의 경우 스토리나 느낌보다 엑센트적 제목에 끌렸다. 인생 훈장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나이 보태기를 달가워하는 사람은 드물다. 큰돈을 들여서라도 젊어지려 목숨을 건다. 그래선가 6월이면 '만 나이' 표시방식으로 바뀐다. 아예 한 살에서 두 살까지 어려지는 횡재를 하게 생겼다.  

◇부담스러운 존재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런데 위·아래조차 뒤죽박죽, 쪽팔릴 일도 수두룩하다. 나이 드는 학습과 준비 부족 때문이다. 지난 연말, 청춘들 앞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두꺼운 겉옷을 벗어놓은 채 커피잔을 들고 카페의 창 쪽으로 옮겨 다닌 게 탈이었다. 대학생 같아 보였다. 볼멘소리로 묻는 게 아닌가. "혹시 옷 주인?" 아차 싶었다. 난장판처럼 고래고래 떠드느라 깜빡한 거다. 금세 사과를 해 망정이지 X망신 당할 뻔했다.

MZ세대 말로 영락없는 '꼰대'(자신의 인생에서 배움을 거부한 사람)이었다. 내가 왜 이럴까.  곰곰 생각해봐도 멀쩡한 정신 아닌 채로 살아온 게 분명하다. 요즘, 어른이 없다는 성토가 잦다. 기사님 얘기를 들어보자. 비싼 렌즈를 끼웠다고 백내장 수술 자랑이나 말지, 무단 횡단으로 운전자를 놀래켜 바가지 욕먹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다. 건듯하면 황당한 도덕적 해이에 권위도 존경도 무너진다. 어르신 품귀 현상을 어쩌랴.      

◇정치 반전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전, "날 버리지 말라. 같이 살자" 가 정치권 키워드로 회자되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과 지푸라기 심정 아니었겠나. 제21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 3건 모두 가결된 바 노웅래 의원에 대한 잣대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국회 재적의원 271명 중 반대 16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됐다. 새내기 재선 중진 가리지 않고 잽싸게 불체포에 동의, 특권 위력을 과시했다.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첫 구성된 헌정 연륜은 일흔 중반이나 갈수록 저급과 무책임에 너그럽다. 방탄은 나이 지긋한 국회의 숨기 장난 같다. 고수란 자기관리로 승부하는 법, 남이 보지 않을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이다. '민생 좀 돌아보라. 워낙 먹고살기 힘들다보니 소름까지 돋는데 정치권은 국민을 버린 채 잿밥만 탐하고 있다.

새해도 벌써 엿새째다. 역행은 멈춰야 한다. 엄살쯤으로 알다 영원히 푹 주저앉는 건 시간문제다. 머리를 맞대면 가능하다. 내년 총선용 꼭두각시놀음이 아닐 터, 누린 만큼 겸손하고 기립박수 받을 정치 반전이 왜 그렇게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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