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오래 전에 주례를 맡아 한 쌍의 신혼부부의 결혼을 축하하며 금슬상화(琴瑟相和)라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백년해로하기를 당부했다.

시경(詩經)에처자호합 여고금슬(妻子好合 如鼓琴瑟), "처자가 좋게 합하는 것이 비파와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다"고 했고, 금(琴)은 거문고, 슬(瑟)은 비파로 이 두 악기를 탈 때 음률이 잘 어울려 거문고와 비파의 울림이 잘 화합하여 부부의 의가 좋음을 금슬상화(琴瑟相和)라고 한다. 불교에서 이르는 인생의 팔고(八苦)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을 애별리고(愛別離苦)라고 했다.

사랑하는 기쁨이 큰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면 그 아픔은 더욱 크다. 원망하고 증오하면서 함께 생활하는 고통을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했다.

회남자(淮南子)는 생기사귀(生寄死歸)라고 하여 "이 세상은 잠시 머무는 곳이고 죽는다는 것은 본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백년도 못 살고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와 같은 인생살이, 그 짧은 생애에 사랑하기도 아쉽거늘 미워하며 살아서야 되겠는가.

최근 뉴스에서 중학생들이 길가던 40대 여성을 폭행하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하여 SNS에 유포해 구속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학생들은 지나가던 여성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날아차기 등으로 여성을 폭행했다고 한다. 또 폭행에 앞서서는 한 무인가게에 들러 수천원 가량의 물건까지 훔쳤다고 하니 청소년들의 비행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도 지켜보기에 힘든 시간들이다.

묵자(墨子)는 겸애상편(兼愛上篇)에서 "천하가 서로 사랑하면 잘 다스려지고(天下兼相愛則治), 서로 미워하면 어지러워진다(交相惡則亂)"고 했다.

날이 새면 데모로 시작해서 데모로 끝나는 갈등의 현장을 보게 된다. 최근 들어 저마다 무리를 이루고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이제 서로 한 발 물러서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가자.  이분법적 흑백논리로 문제를 풀어가고자 하는데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헤어나기 힘들다.

갈수록 서민 경제는 어려워지고 국회에서는 해결해야 할 안건들이 산적해 있는데 극한대립으로 날을 지새는 모습을 지켜보느라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오늘 우리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움 속에 생활하고 있지만 배금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가운데 정(情)이 메마른 사회가 되었다. 도산(島山) 안창호 선생은 애기애타(愛己愛他)를 부르짖었다. 나를 사랑하고 더불어 남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우리 주변에는 거리를 헤매는 노숙자, 노년을 고독한 가운데 돌보는 이 없이 병마와 가난 속에 보내는 어려운 이웃이 많다. 주위가 모두 불행한데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삶이다.

이제 해원상생(解怨相生)하는 가운데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서로 이해하며 이웃을 배려하는 가운데 더불어 사는 생활인이 되도록 다함께 노력하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