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폭락하면 지방도 '직격탄'
임대차 관련법 허점부터 살펴야

▲ 장중식 논설위원
▲ 장중식 논설위원

전국적으로 집값 폭락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깡통전세'의 위험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향후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하락할 경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은 이른바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보고서까지 나올 정도다.

수도권에 이어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대구와 충남, 충북 등 지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택금융리서치 28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임대차 계약 종료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전세 피해는 급증 추세다.

보증금이 추정 매매가보다 10% 이상 큰 경우를 뜻하는 '깡통전세'는 일부지역의 경우 최대 30%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구는 깡통전세 확률이 3건 중 1건인 33.6%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고, 충청권의 경우 충남(31.3%), 충북(26.8%), 대전(19%), 전남(16.9%) 강원(14.6%) 등도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최악의 경우를 전제에 깔았지만 좋지 않은 흐름에 정부와 보증기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토부는 보증보험 가입 시 시세 산정이 어려운 신축 빌라 등 공시가격의 150%를 집값으로 인정해줬던 관례를 깨고 보증 비율을 140%로 낮췄다. 이와 함께 시세 조작이 함부로 일어날 수 없도록 신축 빌라 시세를 제공·확인할 수 있는 '안심전세 앱'을 내놓기로 했다.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여부 또한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실제 주택 1139가구를 보유하다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가 임대인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보증보험 가입의무가 지난해 8월 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됐지만, 후속 검증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이 같은 사기행각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부동산 경기활성화를 통해 세입자들에게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하겠다는 취지로 부활을 예고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 이 같은 악순환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정부가 뒤늦게 도입한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사전심사제도가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촘촘한 관리시스템이 뒤따라야 한다.

매매에 따른 임대업자 지위변경 과정에서 1순위로 임차인 보증금 반환 여력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세권 설정 외 임차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임차권 등기제의 문턱도 대폭 낮워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주민등록 전입과 확정일자, 그리고 실거주 요건을 아무리 채운다 해도 보증금 100%를 돌려받을 수 없는 현실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정비와 보완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자수지 둑방에 금이 간다면 안전진단이 먼저다. 그저 보이는 구멍을 막기에 급급한다면 결과는 붕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참에 임대차 보호법의 한계는 무엇인지, 사각지대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것이 '정부대책=사후약방'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장중식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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