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칼럼]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겨울이 되면 등산길에 맞게 되는 설경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갑자기 쏟아지는 큰눈(大雪)으로 교통이 마비되고 푸르름을 자랑하던 소나무도 가지가 꺽인채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세너카는 "산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첫째, 자연과의 싸움이다. 대자연 앞에 왜소한 인간이지만 자연에 도전하거나 조화를 이루며 고도의 과학문명을 이루어냈다. 

둘째, 남과의 싸움, 즉 '생존 경쟁'이다. 우리는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세계화의 높은 파고(波高)를 헤치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고, 주위로부터 크고 작은 도전을 받으며 나를 지탱하고, 생존경쟁 속에 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셋째, 자기와의 싸움이다. 살아가노라면 어려움에 부딪치고 좌절하기도 하며 때로는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가망신하는 예(例)를 우리 주변에서 수 없이 보아왔다. 우리는 오늘을 도덕불감증 시대라고 한다. 잘못된 일들을 저질러 놓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허다하니 말이다. 

부(富)는 땀을 흘려 열심히 살아가며 깨끗하게 모은 재산인 청부(淸富)여야 한다. 설원(雪苑)에 이르기를 부재지족(富在知足)이라고, "부(富)는 마족함에 있다"고 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자승자강(自勝者强),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강한 것"이라고 했다. 강의를 가게되면 수강하는 분들에게 自勝者强을 인용하여 청탁을 앞에 두고 뇌물을 받게 되면 패가망신이요, 거절하면 청백리되어 입신양명한다는 말씀을 드리곤 했다.

지난날 우리는 고도성장을 이루며 물질문명에 도취된 채 배금(拜金)사상과 이기주의가 팽배한 채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식(式)의 파행적(跛行的)인 삶을 살아오면서 인간성 상실 속에 오만한 삶을 살아왔다. 천륜(天倫)을 짓밟는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극(極)에 달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어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민초(民草)들에겐 삶의 의욕을 앗아가고 좌절감만 안겨주고 있다.

 민생(民生)이 어려운데 정치적 소모전에 영일(寧日)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정치인들도 목민심서의 시민여상(視民如像)이란 말을 가슴에 새겨 위민정치(爲民政治)에 힘쓰고 말장난으로 허송세월해서는 안 된다. 논어(論語)의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란 말을 명심하여 정치가는 정치가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아들은 아들답게 자기의 본분을 지키고 몫을 해낼 때 도덕률(道德律)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되리라.

큰눈(大雪)앞에 겸허한 자세로 대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 순리(順理)를 따라서 인생을 살아가며 선의(善意)의 경쟁 속에,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의지를 갖고 플랭클린의 '언제나 가슴에 태양을 품고 살자'는 말과 같이 소박한 때로는 큰 꿈을 이루기에 노력하며 눈앞에 부딪히는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자제력(自制力)을 기르며 인간성 회복에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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