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대학들이 두 가지 화두로 뜨겁다.

그 중 하나는 '반값 등록금' 논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 대학간 통합문제다.

전자는 이미 캠퍼스를 넘어 정치권 논쟁으로 번진 상태이고, 후자는 충청권 지역의 주요 이슈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두 가지 현안이 동떨어져 보이지만, 뿌리는 한 곳에 출발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경쟁력에 기인한다.

입시경쟁률은 물론, 연구논문실적과 취업률 등 10여가지가 넘는 평가 항목에 따라 매겨지는 순위는 해당 대학들의 긴장키고 있다.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턱과 학령 감소에 따른 대입정원의 감축 등은 대학 자체의 존립을 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에 충분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쟁력 강화를 화두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는 대학들의 고민 또한 깊어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과 더불어 자구책을 강구하기 시작한 대학들이 택한 활로 중 하나가 대학간 통합작업이다.


-철저한 아전인수격 시각이 걸림돌


그렇다면, 이들 대학들이 추진하고 있는 대학간 통합작업은 왜 험난하기만 할까.

올들어서만 통합성사와 결렬, 재추진이라는 입장을 번복해 온 대전과 충남지역 국립대를 들여다 보자.

충남대와 공주대, 공주교대 등 3곳의 국립대 총장들은 교수 1500명에 학생수 4만9000여명에 이르는 초대형 국립대 탄생을 예고하며, 대내외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는 양해각서 체결 두달 만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일방통행식 추진과 아전인수격 시각이었다.

당초 이들이 체결한 양해각서에는 '세종시에 융복합 캠퍼스를 설립해 2020년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복 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줄이고, 유사 학과를 정리해 학제를 개편하면 전임교원 확보율을 올릴 수 있어 대학 경쟁력 측면에서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법이었다.

통합불발에 대한 이유는 간단했다. 겉으로는 대학 구성원간 불협화음과 반발, 그리고 동문과 지역주민들의 반대였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통합대학본부 소재지와 학교명칭의 문제, 한마디로 자신의 기득권은 버리지 않겠다는 이기주의, 그 자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구조조정에 따른 학부(과) 설치와 정원조정 등 본질의 문제는 늘 뒷전에 머물렀다.

이후, 뒤늦게 살린 '통합의 불씨'조차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충남대와 공주교대간 재통합 논의조차 지역주민들의 반발이라는 미명하에 통합주체인 공주교대의 '셈법계산'이 겹치면서 신중모드로 돌아선 상태다.


-상식 수준에서 통합 로드맵 밝혀야


그렇다면, 왜 이 같은 악순환이 번복되는 것일까.

그것은 통합의 장애물로 내세우는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를 정면으로 돌파할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한데 있다.

지역 주민들은 대학간 통합을 '윈-윈 전략'으로 보지 않는다. 그저 누가 누구에게 흡수되는 '합병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더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여기에 지역현안마다 '표심'을 의식한 듯, 한껏 목소리를 높이는 정치인들까지 가세하다 보니, 이미 본질은 저만치 멀어지고 만다.

여기에 대학간 통합과정을 '자율적 사항'이라며 수수방관하고 있는 교육행정. 이 세박자가 어우러지다보니 불협화음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상식을 찾는 일이다.

통합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 지를 제시해야 한다. 자신들이 처한 위치와 현실과 가상의 미래를 사전에 공개하고,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는 물론, 일부 손해를 보는 대목까지도 밝혀야 마땅하다.

그 모든 것을 펼쳐 보이는 일, 그것이 통합작업에 필수적인 로드맵의 시작이고,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의 이해와 동조를 구하는 지름길이다.



/장중식 대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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