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광장]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최근 한우 값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한우 사육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월 17일 발표된 축산물품질관리원 축산 유통정보에 의하면 한우 1+ 등급 기준으로 지난해 1월 평균 가격인 21,071원 보다 금년 1월 17일 현재 가격은 16,685원으로 무려 26.3%나 하락하였다.

하지만 전국 한우협회의 주장은 이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작금의 한우 값 폭락사태는 한우 사육 농가에는 그야말로 초비상 사태를 맞이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한우협회의 주장은 송아지를 입식하여 2년 반 정도 사육하여 출하할 경우 1마리당 빚만 370만 원 남는다고 하고 번식 농가의 경우도 암송아지 가격이 평균 200만 원 아래로 폭락해 있는 실정이니 한우 사육 농가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슨 품목이든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이 등락하는 것은 원칙이라고 볼 때 한우의 경우 대략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파동이 왔던 것을 과거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데 그렇다면 2008년부터~2011년까지 파동이 왔었기에 2019년 쯤 부터는 한우 사육 농가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전 국민에게 지급된 위로금 등으로 한우 소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사실은 파동이 연장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게다가 글로벌 물동량까지 줄어들면서 외국에서의 소고기 수입도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한우 가격이 급등하자 사육 농가가 늘어나고 송아지 입식이 증가하면서 국내의 한우 사육 두수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결국 적정사육두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2020년도 318만두에서 2021년도에는 336만두로 증가하더니 2022년도 말 기준으로는 355만두를 넘어선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하는 지난해 12월 말 관측정보를 보면 2023년도 도축 전망이 전년 대비 7.4%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렇게 할 경우에도 2023년 도말 사육두수는 358만 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빠른 기간 안에 사육두수는 줄지 않을 것이면서도 배합사료 가격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이기에 한우농가의 수익성 악화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남미와 인도의 가뭄으로 인한 밀, 옥수수, 콩의 감산 등은 우리나라의 자급율이 0.7% 수준의 밀과 옥수수의 국제 가격이 상승하면서 사료 가격에 영향을 준다면 한우 사육 농가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지금의 파동 사태가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 오고 있다는 점인데 세계은행의 발표에 의하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1.7% 하향 조정했고, 현대경제원에서 분석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2.2%에서 1.8%로 하향 조정하는 등 불황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워지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고가인 한우의 소비를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한우의 파동 사태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점은 이렇게 한우 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소비자가격은 찔끔하거나 오히려 소폭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원인분석 내용을 보면 소를 도축하여 등심, 안심, 갈비 등으로 구분 포장하는 과정의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이런 사태는 지금의 한우 파동을 이해하는 국민 공감대 형성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우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결국 한우농가의 붕괴사태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한우정책연구소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이번 가격 파동에 충분한 대책이 없다면 현재 9만 가구의 사육 농가 수가 6만 가구 후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5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들이 대부분 붕괴되면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당장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번식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송아지를 생산 판매하여 사료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현재 송아지 가격으로는 사료비 충당도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송아지를 내지 않고 비육을 하자니 당장 버틸 힘도 없을뿐더러, 큰 소 역시 제값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수출 분야에 지원을 강화하고 암소 도축 장려금 지원과 범정부적인 소비 촉진 대책을 종합적으로 강구하여 수급을 조절해야 하며 사육 농가와 농협 그리고 지자체가 손을 잡고 직판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사육 농사에서도 이번 파동을 이겨내기 위해 자가 사료 확보 등의 경영비 절감 계획을 마련하고 긴 파동에 대비하는 경영전략이 유효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 고물가, 불경기와 함께 밀려온 이번 한우 파동 사태가 정부, 농협, 사육 농가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잘 헤쳐 나간다면 반드시 내리막 다음 오르막이 오는 자연의 이치는 우리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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